"인간의 존엄과 인권 말했을 뿐인데…많은 이들이 저주의 메시지"
(밀라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성소수자(LGBTQ+) 권리 신장과 인식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미국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국가대표 앰버 글렌(26)이 사이버 공격에 시달린 끝에 소셜 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글렌은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최근 온라인상에서 무서울 정도의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저 나답게 살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존엄과 인권을 말했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저주의 메시지를 보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난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고 자유의 권리를 대변할 것"이라며 "모두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성애자인 글렌은 피겨 스케이팅계에서 성소수자들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는 빙상장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고, 글렌이 출전한 많은 대회에선 무지개색 깃발을 든 성소수자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글렌은 이날도 미국 대표팀 점퍼 위에 성소수자 핀을 달고 나왔다.
그러나 글렌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소수자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뒤 일부 정치 세력과 추종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협박성 메시지와 욕설, 조롱이 쏟아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글렌은 이날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점프 실수 등으로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총점 138.62점으로 5명의 출전 선수 중 3위에 그쳤고, 이는 미국이 일본에 쫓기는 빌미가 됐다.
미국은 마지막 주자인 일리야 말리닌이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1위에 오르면서 가까스로 금메달을 땄다.
글렌은 "사이버 폭력으로 이번 올림픽에 관한 설렘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이런 감정이 오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니다"라며 "우선 숙면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모든 혼란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고 힘겨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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