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승, '무제(킹 클럽)', 2021, 린넨에 아크릴, 나무, 146x213.4cm, 작가 및 갤러리현대 제공.
70여명의 팀 혹은 솔로 작가가 참여하는 초대형 LGBTQ+ 전시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갤러리에 퀴어 작가의 전시가 걸린 적도 있고, 미술관에서 퀴어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 적도 있으나 개인의 정체성과 세계의 관계를 주제로한 퀴어 전시가 이처럼 대규모로 서울의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것은 기자 개인의 기억에선 처음이다.
아트선재센터는 2026년 첫 전시로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퀴어 미술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Spectrosynthesis Seoul)〉(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퀴어 미술의 다층적인 지형을 조망하며, 트랜스적 존재 조건과 퀴어적 시공간성을 탐구한다. 도시를 중심으로 엮었다는 점이 특별하다. 시간, 공간, 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위적 실천을 이어온 LGBTQ+ 작가들의 작업을 ‘서울’을 중심으로 조망하면 어떤 경관이 펼쳐질까? 국내외 여러 세대의 퀴어 작가 70여 명(팀)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예술감독과 이용우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김선정 예술감독은 ‘트랜스(trans)’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신체, 인종, 젠더, 생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변이하는 존재의 조건을 탐구한다. 기억의 축적 속에서 확장되는 정체성의 서사는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여러 매체로 펼쳐지며, 서로 다른 감수성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풍경을 형성한다. 특히 전시를 공동 주최한 선프라이드재단의 소장품 약 30점이 전시에 포함되며, 김아영, 마리아 타니구치, 마크 브래드포드, 박그림, 오인환, 얀 보, 이강승, 신 와이 킨, 정은영 등 소장 작가들의 다른 작업 또는 신작도 함께 소개된다.
이용우 큐레이터(미디어문화역사학자)는 퀴어적 시공간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20명의 한국 작가를 ‘기억’, ‘장소’, ‘형식’이라는 세가지 축을 통해 소개하며, 한국 퀴어 예술의 실천과 전위적 감각을 조명한다. 급속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주변화된 퀴어 주체들의 경험을 아카이브하고, 익선동, 낙원동, 이태원 등 서울의 퀴어 시공간성을 재구성·재해석함으로써 글로벌 퀴어 담론과의 접점을 모색한다.
오인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설치 전경, 서울, 2020, 향가루, 436x618 cm, 작가 제공.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은 빛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퀴어 예술 실천을 통해 퀴어 미술의 현재와 그 전위적 가능성을 조명하며, LGBTQ+ 미술의 다층적 지형을 제시할 예정이다.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는 퍼포먼스, 강연, 토크 프로그램은 퀴어 미술을 매개로 서로 다른 경험과 시선을 연결하고, 담론과 실천이 교차하는 공존의 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한 선프라이드재단(Sunpride Foundation, est. 2014)은 LGBTQ+ 커뮤니티의 풍부한 창조적 역사를 포용하고 확산하기 위해 2014년에 설립되었다. 재단은 LGBTQ+ 커뮤니티와 그 연대자들을 위해 보다 강하고 건강하며 공정한 세상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사회 전반과 소통하는 예술을 전시하고 보존함으로써, 젊은 예술가 세대가 행동에 나서고 LGBTQ+ 경험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영감을 주고자 한다. 타이페이현대미술관(MOCA Taipei, 2017), 방콕아트앤컬처센터(Bangkok Art and Culture Centre, 2019–2020), 타이쿤(Tai Kwun, 2022–2023, 홍콩)에서 〈스펙트로신테시스〉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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