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우리에게 한강은 '강'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한다. 수천 년 동안 삶과 이별, 노동과 풍류, 기다림과 그리움을 실어 나른 시간의 물줄기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 한강을 노래로 품어낸 경기 통속민요가 바로 '한강수타령'이다. 노래는 강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다. 흘러가는 물 위에 얹힌 풍경은 삶의 은유가 되고, 뱃놀이는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는 인간의 휴식이 된다.
'한강수타령'은 서울·경기 지역의 정서가 가장 서정적으로 응축된 민요 가운데 하나다. 한강 주변의 경치, 배를 띄우는 한가로운 장면, 달빛 아래 술렁이는 물결은 겉으로는 풍류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세월과 이별,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히 흐른다. 유희요의 외형을 띠고 있으면서도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음악적 뿌리를 살펴보면 더 흥미롭다. '한강수타령'은 경기민요의 어법을 따르면서도 황해도, 즉 서도 지역 음악의 흔적을 함께 지닌다. 20세기 초 서도 민요 '간지타령'과의 선율적 유사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음악이 한강이라는 문화 교차 지점에서 만나 새로운 민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이 노래가 향토적 범주를 넘어선 문화적 혼종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이는 곧 한강이 물길이자 문화의 통로였음을 말해준다. 예로부터 경기와 서도 지역은 상업과 교통, 공연 예술을 통해 활발히 오가던 공간이었다. 명창들의 이동, 유랑 예인들의 활동, 장터와 나루터에서의 교류는 노래를 함께 흘러가게 했다. '한강수타령'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던 소리의 흔적이다.
장단은 굿거리장단이다. 3분박 4박자의 리듬은 걷는 듯, 노를 젓는 듯한 규칙적인 흔들림을 만든다. 특히 일부 대목에서 등장하는 헤미올라 리듬은 물결이 살짝 일렁이는 순간처럼 박의 흐름에 변화를 준다. 이 미묘한 리듬 변화는 노래를 단조롭지 않게 만들면서도,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한다.
형식 또한 공동체적이다. 메기고 받는 선후창 구조는 혼자가 아닌 여럿의 노래임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메기면 여러 사람이 받는 방식은 강 위의 뱃놀이 풍경과도 닮았다. 노 젓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집단적 풍류의 소리가 바로 '한강수타령'이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한 편의 유람기가 펼쳐진다. 관악산, 양수리, 노들, 광나루 같은 지명이 등장하며 한강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노래는 감상의 차원을 넘어, 소리로 떠나는 한강 여행이라 할 만하다. 노랫말은 지리를 기록하고, 소리는 그 기억을 감정으로 덧칠한다.
그러나 노래의 진짜 중심은 후렴에 있다. “아하 에야 에요 어야 얼쌈 둥게 디여라 내 사랑아” 같은 후렴구는 의미보다는 정서를 전달한다. 말뜻보다 소리의 울림이 중요해지는 순간, 노래는 설명을 멈추고 감정을 직접 건넨다. 민요의 정체성이 후렴에서 드러난다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흥겨운 뱃놀이 노래처럼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 “한강을 지키던 임 지금은 어디 계신가” 같은 구절이 등장하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강은 그대로 흐르지만 사람은 떠난다. 자연의 영속성과 인간의 유한함이 대비되며, '한강수타령'은 풍류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상실의 노래가 된다.
이처럼 '한강수타령'은 서울과 경기 사람들의 집단 기억을 품은 소리다. 산업화 이전, 강이 삶의 중심이던 시절의 풍경이 이 노래 안에 보존되어 있다. 나루터의 분주함, 물 위에 떠 있던 수많은 배, 강변의 버들, 달밤의 물결이 모두 소리로 살아 있다. 노래는 사라진 풍경을 현재로 불러오는 문화적 타임캡슐이다.
오늘날 한강은 다리와 빌딩, 공원과 자전거길로 둘러싸인 도시의 강이 되었지만, '한강수타령'을 듣는 순간 우리는 다른 시간대로 이동한다. 콘크리트 대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자동차 소리 대신 노 젓는 물살 소리가 들리는 세계다. 전통 민요가 지닌 힘은 바로 이런 시간 이동 능력에 있다.
결국 '한강수타령'은 강을 노래하면서도 사람을, 풍경을 말하면서도 감정을, 흥을 빌려 슬픔을 전하는 노래다. 한강이라는 공간에 켜켜이 쌓인 삶의 결을 음악으로 풀어낸 문화유산이며, 지역을 넘어 시대를 잇는 소리의 다리다. 강물은 흘러가도, 그 위에 실린 노래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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