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활용한 여행 패턴이 분명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짧은 휴가에 맞춰 근거리 여행을 다녀오던 흐름에서 벗어나, 일정은 길어지고 목적지는 멀어지는 모습이 수치로 확인됐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설 연휴 전후 자사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여행자의 65%가 중·장기 일정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약 가운데 4~7일 일정이 43%를 차지했고, 8~14일 일정도 22%에 달했다. 설 연휴를 중심으로 연차를 결합해 여행 기간을 늘리는 선택이 보편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기 여행이 일상화된 글로벌 여행 시장 흐름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평소 4일 이하 일정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도 명절과 연휴가 겹칠 경우 장기 체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글로벌 데이터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7박 이상 해외여행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고, 장거리 항공편 예약은 약 50% 늘어났다. 음력 설 연휴를 전후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아시아 각국의 연휴 구조를 보면 여행 기간을 늘릴 여지가 충분했다. 올해 음력설 기간인 2월 13일부터 25일까지 한국,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연차 2~3일만 사용해도 최대 9일 휴가가 가능했다. 중국 본토와 베트남은 일정 조합에 따라 9~15일까지도 휴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목적지 선택도 달라졌다.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기존 인기 근거리 여행지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미국과 스페인, 호주가 인기 상승 여행지로 새롭게 부상했다. 설 연휴를 계기로 이동 거리보다 체류 경험을 우선하는 선택이 늘어난 셈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설 연휴 전후 기간 한국행 항공권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8% 늘어났다.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설 연휴를 보내는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일본, 호주, 미국에서도 방한 수요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발지별로 보면 대만 가오슝발 노선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본 역시 도쿄와 오사카에 집중되던 수요가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주요 도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 폴란드,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등 유럽·북미·중앙아시아 국가에서의 증가율도 높아지며 방한 시장의 국적 구성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행 소비 방식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비즈니스 클래스 예약도 38% 늘어 장거리 이동에서 편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숙박 부문에서는 5성급 호텔 예약이 59% 증가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5성급 호텔이 전체 예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성급까지 포함한 상위 등급 숙소 비중은 전체의 약 75%로 집계됐다.
다만 프리미엄 소비 확대가 모든 여행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공권과 숙박 요금 상승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장기 여행과 고급 상품 중심의 수요가 특정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여행 시장 양극화에 대한 점검 역시 필요한 지점이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 지사장은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나 관광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춘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국내외 여행객이 손쉽게 자신만의 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상품 구성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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