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는 능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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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는 능력들

경기일보 2026-02-08 19:05: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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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및 척수손상 같은 중증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고 힘든 고비를 잘 넘기면 재활의학과로 의뢰돼 재활치료의 도움을 받는다. 이 환자들에게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당연히 여겼던 움직임들이 하나의 큰 치료 목표가 된다. 혼자 일어나는 법, 몇 걸음 걷는 법, 숟가락을 쥐는 법.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않던 일상생활의 동작들이 치료의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재활의학과다.

 

전에는 몰랐다고들 한다. 두 발로 서서 화장실을 가고, 버스를 타기 위해 뛰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일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우리는 그런 움직임을 ‘능력’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재활치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그 당연함은 사라진다. 한 걸음을 떼기 위해 온 몸의 힘을 모으는 분,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데 5분을 쓰는 분, 숟가락을 쥐는 법을 다시 배우는 분들을 흔히 만난다. 어제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동작들이 오늘은 간절한 치료 목표가 된다.

 

걷는 일도,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특별한 재능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살아오는 동안 몸에 익혀온 움직임 속에서 무의식중에 일상을 누리고 있었을 뿐이다. 다만 잃고 나서야 그 평범한 동작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능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활의학은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도와주는 의학의 한 분야이지만 동시에 잊고 지내던 몸의 가치를 다시 알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환자들은 조금씩 나아지며 말한다. “이 정도만 돼도 살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동작이 삶의 기쁨이 된다. 발끝에 힘이 들어가고,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고, 혼자 의자에서 일어설 수 있게 되는 순간 치료실에는 작은 환호가 흐른다. 회복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던 동작 하나를 되찾는 일이다.

 

우리는 건강할 때 몸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산다. 숨 쉬는 일도, 고개를 돌리는 일도, 가방을 드는 일도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몸이 아프고 나면 그 모든 움직임에는 노력이 붙고, 시간이 붙고, 용기가 필요해진다. 그때야 비로소 깨닫는다. 일상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몸이 조용히 해내고 있던 수많은 능력 위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건강이란 특별히 뛰어난 상태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도 멈추지 않아도 되는 몸, 팔을 뻗으면 원하는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손. 그것이 우리가 매일 누리고 있는 능력이다.

 

필자는 한 달 전 갑작스러운 내과질환으로 기름진 음식을 절제하라는 전문의의 엄명을 받고 인생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식단 조절을 해봤다. 평소 아무 고민 없이 먹던 짜장면, 닭갈비, 제육볶음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오늘 아침,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면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한 능력들을 아프기 전에 한번쯤 떠올려 보는 하루였으면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오래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 단 30분만이라도 몸을 가꾸고 사용해 줬으면 한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몸을 쓰는 작은 습관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능력을 가장 오래 지켜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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