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 25%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동시에 비관세 장벽 분야에서도 양보를 요구하며 대미 무역 협상이 복합적인 압박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는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해 미측에 외교·통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비관세 장벽 협상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8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비관세 장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관세 및 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관세 장벽 이슈는 FTA 공동위에서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공동위 개최는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측의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략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사안에서도 한국의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도 실질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관세장벽 협상 테이블에서는 ▲농산물·식품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디지털 서비스 정책 등 현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양국이 작년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식품·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검역 절차나 위해성 평가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외교가에서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한국에 식품·농산품 시장 개방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역시 민감한 쟁점이다.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설명자료에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미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입법 움직임을 두고 미국 내에서 문제 제기가 나온 바 있다. 이 밖에도 양국은 ▲지식재산권 ▲노동·환경 규제 ▲수산 보조금 ▲공급망 협력 등 다수 현안이 병렬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는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는 행정 절차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며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미 25% 관세로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2·3분기에만 4조60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을 떠안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관세가 다시 인상될 경우 일본이나 유럽연합(EU)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아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대상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의약품, 목재 등 품목관세와 상호관세까지 언급하면서 국내 수출 산업 전반이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 6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바이오 등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관세 인상 철회 또는 최소한의 유예기간 확보를 위해 외교적 설득을 이어가는 한편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투자 이행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실무 협의 채널도 가동하고 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장관급 차원의 대면·화상 협의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투자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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