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시작된 中 공세···삼성·LG ‘제2의 일본’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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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서 시작된 中 공세···삼성·LG ‘제2의 일본’ 갈림길

이뉴스투데이 2026-02-08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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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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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국 가전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제품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과 인공지능(AI) 적용 제품까지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일본 전자업체들과 경쟁하던 국면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기술 경쟁뿐 아니라 공급망 재편과 규제 변수까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전사업 수익성은 최근 5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해당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1년 6%대에서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7%대에서 1% 안팎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3사의 글로벌 TV 출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1.8%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5%)을 웃돌았다.

중국 기업들은 과거 삼성전자·LG전자가 일본 업체들을 추격하던 성장 경로와 유사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TCL은 미니 LED TV를 고급 제품군으로 포지셔닝하며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 최근에는 소니와 TV·오디오 사업을 포함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 제품 중심에서 출발해 가성비·가심비 제품군을 거쳐 프리미엄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집계 기준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로봇청소기 출하량 상위 1~4위는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초기 시장 진입 이후 센서·맵핑·자동화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 신흥 가전 영역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출하 비중이 먼저 확대되는 모습이다.

양측 성장 경로에도 차이가 드러난다. 국내 기업들이 LCD 중심의 기술 전환을 통해 일본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혔지만, 중국 기업들은 인수합병과 제품 포지셔닝 조정을 병행하며 외형을 확대해 왔다. 하이얼은 GE Appliances, 산요, 피셔앤페이클 등을 차례대로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넓혔다. 중국 업체들은 자체 연구개발과 함께 M&A를 활용한 규모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부문은 지난해 4분기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에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겹친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와 철강 품목관세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 가전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으로, 관세 변화에 따른 비용 민감도가 높은 구조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적용한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와 함께 B2B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CES에서 공개한 비스포크 AI 가전을 통해 제품 간 연동 기능을 강화,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 그룹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미국·멕시코 공장의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등 공급망 재편을 통해 관세 부담 완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 현지 매장에 LG 올레드 TV가 진열된 모습. [사진=LG전자]
유럽 현지 매장에 LG 올레드 TV가 진열된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기준 7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원가 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화,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믹스 조정을 추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지정학 리스크와 부품 가격 상승, 경쟁 심화 등을 변수로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적자 폭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으나, 단기간 내 흑자 전환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TV라는 주력 전장 자체가 성장 국면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억9481만대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메모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제조 원가 부담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4K TV에 사용되는 DDR4 메모리 계약 가격은 1년 새 4배 이상 상승, TV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2~3% 수준에서 최근 6~7%까지 늘었다. 출하 증가 없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 과정에서는 규제 변수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는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연계 기술의 공공기기 사용을 제한했다. 데이터 처리와 보안 우려가 배경이다. 북미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인 TCL과 소니의 합작 구상도 향후 규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옴디아 집계 기준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29%, LG전자 12.5%로 1·2위를 유지했다. TCL은 같은 기간 13%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AI 적용 제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데이터 처리와 보안 체계가 제품 경쟁 요소로 함께 검토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 일본 업체들이 가전 비중을 축소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사업 내에서 전략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구독형 서비스 확대와 중저가 제품군 보강을 병행하는 한편, AI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등 고부가 영역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TV 평균판매단가(ASP)는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 구도를 과거 일본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OLED와 미니 LED 간 기술 차이, AI·IoT 생태계 구축 수준, 부품 내재화 여부에 더해 미국 관세와 중국 관련 규제 등 외부 변수까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프리미엄까지 밀고 올라오는 흐름은 분명 위협이지만, 이번 싸움은 가격 전쟁이 아닌 기술·공급망·신뢰가 결합된 산업전”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와 B2B로 얼마나 빠르게 체질을 바꾸느냐에 따라 ‘제2의 일본’이 될지, 다시 한번 도약할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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