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2월 8일 총선에서 새 총리를 선출할 의회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새 헌법 제정 여부도 결정하게 된다.
약 5300만 명의 태국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50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또한 201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을 개정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조기 총선은 2023년 5월 실시된 총선 이후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아 치러진다. 당시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전진당(MFP)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고 이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됐다.
왜 조기 총선을 실시하나?
태국은 최근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프아타이당 출신 총리 두 명이 연이어 물러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부동산 재벌 스레타 타비신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약 1년간 재임한 후 윤리 기준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스레타 타비신 전 총리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약 1년간 재임한 뒤 윤리 기준 위반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파에통탄 친나왓이 총리직을 맡았지만, 2025년 7월까지 약 10개월간만 재직했다. 파에통탄 총리는 캄보디아의 실질적 지도자인 훈센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받았다.
프아타이 정부 붕괴 이후, 과거 해산된 전진당의 후신인 국민당이 폼짜이타이당의 아누틴 찬위라꾼을 총리로 지지하는 데 합의했다. 국민당은 그 대가로 새 헌법 제정 절차 시작을 약속받았다.
두 당은 합의각서(MOA)에 서명했고, 폼짜이타이당은 소수 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상원의 헌법 개정 거부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 12월 초 국민당이 정부 지지를 철회했고, 아누틴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며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세 장의 투표지, 역대 최고 비용의 선거
투표일에 유권자들은 세 가지 색상의 투표용지 세 장을 받는다. 지역구 후보를 선택하는 녹색 투표지, 정당 비례대표를 선택하는 분홍색 투표지,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용 노란색 투표지다.
국민투표에서는 새 헌법 제정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동의함', '동의하지 않음', '의견 없음'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의회는 새 헌법 제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현행 헌법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인 2017년에 발효됐다.
두 가지 투표가 같은 날 실시되는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투표는 태국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투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와 국민투표에 배정된 예산은 총 78억 바트(약 2억4700만 달러)다. 2019년(59억 바트)과 2023년(58억 바트)의 총선보다 약 20억 바트가 증가했다.
주요 정당과 인물은 누구인가?
이번 선거에는 57개 이상의 정당이 참여한다.
하지만 승부는 국민당, 폼짜이타이당, 프아타이당 등 세 주요 정당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PP)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미래전진당(FFP)과 전진당(MFP)의 후신이다. 전진당은 2023년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미래전진당은 2019년 총선에서 각각 선전했지다. 하지만 모두 내각 구성에는 실패했다. 국민당은 낫타퐁 르엉빤야웃 당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또 다른 주요 정당인 프아타이당은 지난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정당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탁신 전 총리의 조카인 욧차난 웡사왓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당선될 경우 그는 친나왓 가문 출신으로는 다섯 번째 총리가 된다.
현 집권당인 폼짜이타이당은 2023년 선거에서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누틴 찬위라꾼 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만약 폼짜이타이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한다면, 이는 이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거두는 첫 승리가 된다.
선거를 앞둔 민족주의 정서의 부상
이번 선거에서 경제 회복은 여전히 핵심 의제지만, 국가 안보와 이른바 "회색 자금" 근절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발생한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은 현재 격화되지는 않았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정당과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 국가 안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족주의 정서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태국은 또 태국-캄보디아, 태국-미얀마 접경 지역에 위치한 사기 범죄 조직의 불법 활동 증가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태국 사회에서는 이를 "회색 자금" 문제로 부른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관련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약속하고 있다.
새 총리는 언제 선출되나?
태국은 입헌 군주제와 의회 민주주의 국가다.
유권자들은 총리를 직접 선출하지 않고, 하원의원을 뽑는다. 이후 하원의원들은 선거 전 각 정당이 지명한 후보 가운데 총리를 선출한다.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총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들은 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선거 이후 선출된 500명의 하원의원이 총리를 선출하며, 총리는 이후 최대 35명의 각료로 내각을 구성한다.
이번 선거에 따른 총리 선출은 4~5월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새 내각이 완전히 출범하기까지는 6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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