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협동조합 더블유42, 빈집 프로젝트로 원도심 활성화 앞장
'카페→바비큐집' 변모했지만 사회공헌 활동은 지속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인천시 서구 원도심에 있는 정서진중앙시장 앞에는 오래된 붉은 벽돌집이 한 채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주택처럼 느껴지지만,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간판의 '바베큐'라는 단어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 안쪽에는 빈티지 소품과 자개장, 샹들리에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년협동조합 더블유42는 2019년 원도심 빈집을 활용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에 '가정집'을 열었다.
여기에는 서구 가정동에 있는 집이라는 의미와 가정집처럼 누구에게나 안락한 공간을 꾸리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장은주 더블유42 대표는 가정집의 첫 시작은 카페와 펍이었다고 설명했다.
빈집이라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사랑방 같은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했다.
장 대표가 조합원들과 현장 조사를 거쳐 선정한 이곳 주택은 수개월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방치된 상태였다.
가정동 일대 대규모 택지 개발로 인해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노후한 주택가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던 시기였다.
당시 집 안에는 누수가 발생해 바닥과 벽 곳곳에 곰팡이와 얼룩이 가득했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한다.
장 대표는 "여러 겹을 덧댄 벽지부터 목재 틀까지 모두 뜯어내고 쓸고 닦기를 반복한 끝에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초기 가정집은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마을 의제를 논의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됐다
지역 예술인에게 공연 장소를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주는 '가정집 거실 라이브'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명절에는 밤새 만두를 빚고 전을 부쳐 외로운 이웃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지역 아동센터와 연계해 청년 멘토를 자처했다.
마을 주민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든 점을 인정받아 2020년 유엔(UN) 해비타트 세계도시포럼에서 대한민국 도시재생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의존해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니 가정집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고민이 이어졌다.
실제로 수많은 빈집 활용 사업이 임차 기간 종료와 함께 유명무실해지거나 재정 문제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 대표는 "카페 운영만으로는 일자리나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더블유42는 주민 초청 행사를 열 때 종종 바비큐 음식을 준비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음식인 바비큐를 활용한 '가정집 시즌2'가 탄생했다.
새로운 도전에는 시행과 착오가 뒤따랐고 의견이 충돌하는 일도 많았다.
장 대표는 "그래도 일단 저질러보자는 마음이었다"며 "10시간 이상 구워내야 하는 텍사스식 바비큐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고 했다.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바쁘게 운영되는 사이 기존 마을 활동의 가짓수는 줄었지만, 가정집 프로젝트의 명맥은 그대로 유지됐다.
주민들에게 사연을 받아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하는 '모두의 바비큐' 행사를 중심으로 지역 교류를 이어 나갔다.
2024년 12월에는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200인분의 바비큐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기도 했다.
더블유42는 최근 가정동 상가 공실에 가정집 프로젝트 2호점으로 해산물 바비큐 전문점을 내면서 후속 사업의 첫발을 뗐다.
장 대표는 8일 "쇠락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 마을 주민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싶다"며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더블유42가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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