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행한 특별 연설이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은혜를 모른다’며 카니 총리를 비난했지만, 강대국이 폭주하는 오늘날의 패권주의를 잘 지적했다는 평가다.
카니는 이 연설에서 현재의 세계정세를 단순히 새로운 체제로 옮겨가는 '전환기'가 아니라, 기존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파열'의 시대로 정의했다. 과거의 안정적인 다자주의와 자유 무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강대국 간의 노골적인 경쟁 시대가 도래했음을 경고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압박과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를 포함한 중견국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식탁에 앉지 못하면 메뉴판 신세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카니는 캐나다가 더 이상 지리적 이점이나 동맹 관계에만 의존해 번영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단언하며 미국의 관세 위협 등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실용적 외교도 강조했는데, 그는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원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이상주의를 버리고 철저히 국익과 현실에 기반한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저서 『초가치』에서도 강조했듯이, 시장 가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를 지나 도덕적·사회적 가치가 경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금융 안정성의 핵심 위험이자 새로운 가치 결정 요소로 보고, 저탄소 경제로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카니 총리의 이번 연설은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종말을 선언하고 중견국들의 새로운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단절'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미국의 예측 불가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서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더 이상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인권, 지속 가능한 발전, 주권 존중 등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독자적인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하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연합을 형성하자고 역설했다.
카니 총리의 이날 연설은 특히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항상 강대국 틈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중견국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카니가 제시한 해법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해법이다.
카니는 자신의 연설에서 바츨라프 하벨의 『힘없는 자들의 힘』을 언급하며 진리 속에서 살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 즉 패권주의에 저항하는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또한 중견국으로 강자들의 패권주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그것에 저항하는 우리의 신념을 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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