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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방광염은 흔히 방광에 걸리는 ‘감기’라 불린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뜻이지만, 만성으로 악화되면 그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항생제를 써도 그때뿐이고, 잦은 재발과 내성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다.
실제로 만성방광염 환자들의 일상은 어떨까?
일중한의원이 2024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내원 환자 273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은 하루 평균 12.2회나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거의 매시간 화장실을 가야 하니 업무나 일상생활이 제대로 유지될 리 만무하다.
증상 또한 복합적이다. 전체의 85%가 두 가지 이상의 증상에 시달렸는데, 낮에 자주 가는 ‘주간 빈뇨(63.3%)’가 가장 많았고, 자다 깨는 ‘야간 빈뇨(53.7%)’, 시원치 않은 ‘잔뇨감(53.0%)’, 참기 힘든 ‘급박뇨(44.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만성방광염이 단순 세균 감염 문제가 아니라, 방광이라는 장기 자체의 기능이 무너져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즉, 4대 배뇨 증상은 모두 방광 기능 저하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
건강한 방광은 고무풍선처럼 유연해 소변을 끝까지 짜내 준다. 하지만 잦은 염증과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면 탄력을 잃고 늘어진다. 방광이 꽉 짜주지 못하니 소변이 남는 잔뇨가 생기고, 남은 소변 탓에 금방 다시 마려운 빈뇨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율신경 조절력 저하로 인한 급박뇨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세뇨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방광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항생제로 균만 없앤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소변을 억제하는 약물 또한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방광기허(膀胱氣虛)로 진단한다. 방광의 기운이 허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무너진 기능을 되살리는 데 있다. 신장과 방광 기능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과 함께 침, 온열 요법으로 굳은 방광 근육을 따뜻하게 풀어 탄력을 회복시켜야 재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조사 결과 환자들의 평균 유병 기간은 3.3년이었다. 3년 넘게 홀로 앓던 고통을 끝내려면 올바른 치료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방광은 한번 기능이 떨어지면 저절로 회복되기 어렵다. 하루라도 빨리 내 방광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힘을 길러주는 치료를 서둘러야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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