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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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의 민낯

프레시안 2026-02-07 12:42: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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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30만8838명이었다. 2020년 15만3361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이렇게 늘면서 교육자 신분을 자각하는 교수들의 자괴감 또한 급속하게 늘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났고, 그런 학생들까지 앉혀 놓고 강의를 해야 하니, 거대한 사기극의 일원이 된 꼴이기 때문이다.

사기극은 대한민국 교육부와 각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재원(財源)으로만 취급하면서 벌어진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3, 4급을 권장한다고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필수 조항이 아니어서 아무런 강제력도 갖지 못한다. 그러니 대학으로서는 굳이 교육부 권고에 따를 필요가 없다. 한국어능력시험 3, 4급은 일상 생활에서 커다란 어려움 없이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단계다. 수학(修學) 능력으로 인정하기에는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마저도 관철되지 못하는 형편인 것이다.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입학으로 처리된다. 입학 정원에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숫자가 많을수록 재정이 늘어나니 대학 입장에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하겠다. 그래서 대학은 한국어를 전혀 배운 바 없는 학생 하나까지 살뜰히 끌어모으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노력에 힘입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여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노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였다. 계량화된 수치가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는 눈부신 결실이겠지만, 교육부와 대학이 공조하여 거둔 성취가 교육 현장의 교수에게는 그다지 달가운 성과가 아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이 수업에 충실할 수 있을까. 성적을 받기 위해 꾸준히 출석하지만, 엎드려 자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친구와 속닥거리며 지루함을 그저 견딜 따름이다.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고, 핸드폰 보는 학생에게 수업에 집중하라고 독려해야 하나. 그렇게 한들 그 학생들에게 강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으리란 사실을 뻔히 알고 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는 제출된 문제를 삐뚤빼뚤 따라 그려서 답안으로 제출하곤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맞춰 출제한 문제를 미리 알려 줘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어떠한 성과도 증명하지 못했기에 F가 마땅하지만, 학점을 통한 질책이 별 의미가 없고 타지까지 나와서 고생하는 형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무기력하게 한 학기를 마칠 즈음이면 교수는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교수 또한 거대한 사기극에서 주어진 역할을 어정쩡하게나마 수행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이면 정체성과 가치관이 아직 영글지 않은 연령대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에 퍽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여기 해당한다.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예외일 리 만무하다.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고 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대학의 책임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미숙한 한국어 능력 탓에 대학 시절 내내 주눅 들어 지내다가 미아(迷兒)가 되어 졸업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혈안인 대학이 그들에게 맞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운영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사태를 방조·묵인하고 있다. 교육을 가장 중요한 존재 근거로 삼아야 할 대학과 교육부가 비교육적인 행태를 앞장서서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은 지금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영어 강의 과목을 무분별하게 개설하는 현상이 한 가지 사례다. 대학이 영어 강의를 늘리는 것은 ‘QS 세계대학 순위’ 500위 내에 진입하기 위한 방편인데, 하필 500위가 설정된 까닭은 그 순위가 중국 유학생을 모집하는 데 중요한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QS 세계대학 순위’ 500위 내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 물론 영어 강의를 소화할 만한 능력을 갖춘 중국 유학생은 거의 없으며, 한국 학생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교육을 포기하는 꼴이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의 민낯이다.

▲6일 오후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글로벌채용박람회(TU Global Job Fair 2025)가 열려 참가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사지원서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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