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국보가 현대미술품보다 싸다?… 흔들리는 'K-컬처'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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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국보가 현대미술품보다 싸다?… 흔들리는 'K-컬처'의 뿌리

뉴스컬처 2026-02-07 12:1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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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고미술상가2.3동 내부 모습. 사진=뉴스컬처
답십리 고미술상가2.3동 내부 모습. 사진=뉴스컬처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지난 2024년 문화재의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바뀌면서 보존 중심에서 활용과 향유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하지만 유통의 최전선인 문화유산 매매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낡은 규제와 행정적 한계,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국가유산의 가치와 유통 질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K-헤리티지'의 미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 "100억대 현대미술 vs 저평가된 국보"… 기형적 시장 구조

"공사 현장에서 국보급 유물이 나왔는데, 이것 때문에 공사 기일이 밀려 억대 손해를 본다면 어떻게 할까요?"

고미술업계 한 관계자의 질문이다. 그는 우리 문화유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제적 가치의 실종'을 꼽았다.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이 100억 원대를 호가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은 국보나 보물급 유물의 시장가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미술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현재 국보급 유물의 시장 가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며 "경제적 가치가 뒷받침되어야 국민적 관심이 생기고 보존 동력도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국가유산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는 것을 외면하거나 금기시 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보수적 인식으로 인해 문화유산은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가치가 없으니 묻어버리자'는 식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지금도 건설 현장에서는 유물이 출토되더라도 사실을 은폐하고 묻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유산을 보존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미술업계 관계자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인근에 편의시설 및 부대시설이 들어서야 관광객들이 찾고 활성화될 수 있는데, 경제적 가치보다 무조건 보존해야 된다는 여론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 감정체계 및 유통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 but 전문 교육 예산은 삭감

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 회복은 신뢰할 수 있는 유통 질서 확립과 결부돼 있다. 이것은 '과학적 감정체계 확립'으로 구체화된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위 여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해소돼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중심의 '과학 감정'과 숙련된 전문가의 '안목 감정'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이명선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학예실장은 "이론 중심의 학자뿐만 아니라 진위 판별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들이 감정 과정에 참여해 실질적인 판별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고미술품의 진품(眞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객관적인 가치 환산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화유산 보존의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뉴스컬처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화유산 보존의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뉴스컬처

문제는 이같은 시장의 투명성 요구에도 정작 정부의 행정 지원은 역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수혜자가 적다는 이유로 문화유산 매매업자 대상 전문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유통 근절과 감정 역량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없앤 것"이라고 꼬집었다.

◇ 모호한 문화유산 매매 기준… 제도적 엇박자에 '규제 공백'까지 우려

행정 규제 역시 현장 실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유산 매매업자는 거래 내역을 사진과 함께 장부에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제작 시점 '50년'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현장에서 혼선이 잦다.

현행 제도는 제작된 지 50년이 지난 물건을 문화유산매매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 현장에서는 해당 문화유산의 제작 시기가 정확히 50년 이상 경과했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제작 연대를 명확히 확인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규제도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다. 장물취득죄 등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반해 매매장부의 법정 보관 기간은 5년에 불과해 제도적 괴리가 존재한다. 현장 종사자들은 법적 분쟁을 우려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인력 부족으로 인한 규제 공백도 문제다. 현재 국가유산청 사범단속팀 인력이 3~4명에 불과해 전국적인 단속과 행정을 병행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국가유산체제로 전환되면서 문화유산의 관리와 보존이라는 업무의 폭은 넓어졌으나, 행정인력은 기존 단속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선호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원장은 "전담 부서를 신설해 유통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국가유산체제 전환이 이름뿐인 변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민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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