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C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위조 상품 유통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K패션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디자인 카피를 넘어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마케팅 콘텐츠까지 통째로 베끼는 수법이 동원되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커머스 플랫폼에서 국내외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진 K패션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위조 상품이 대거 유통되고 있다. 특히 마뗑킴, 젠틀몬스터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대표 브랜드는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 온라인 패션 쇼핑몰까지 위조 상품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제품 판매 사실이 확인된 브랜드 T사 관계자는 “제품의 판매루트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플랫폼(C커머스)을 통해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무엇보다 제품 가격이 크게는 몇 십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는 소매상의 사입 후 재판매로 보기 어렵다. 사실상 가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위조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위조 상품이 로고나 형태를 유사하게 만드는 ‘디자인 카피’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축적해온 마케팅 자산까지 함께 베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품의 룩북 이미지, 모델컷, 촬영 콘셉트 등을 그대로 가져와 소비자에게 정품과 유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외형뿐 아니라 K패션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브랜드가 만들어낸 분위기’까지 통째로 모방하면서 소비자가 정품과 위조 상품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논란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브랜드 공식 입점이 아니더라도 물건 구입 후 다시 판매하는 제2의 판매자도 존재하기에 해당 부분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가품 판매 여부에 대해선 추가적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주기도 했다.
가격 교란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위조 상품은 정품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가격 정책 자체가 과도하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각 홈페이지에서는 정품 가격의 절반 수준은 물론 많게는 4분의 1 수준까지 낮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며 가격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동일한 이미지·콘텐츠를 활용한 저가 위조 상품이 동시에 유통될 경우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브랜드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소비자가 브랜드 자체 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치명적인 리스크로 보고 있다. 위조 상품 품질이 낮거나 배송·환불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는 이를 브랜드의 품질·서비스 문제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특히 대형 브랜드보다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신생 브랜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법적 대응, 플랫폼 신고, 해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 기업은 일정 부분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성장 초기 단계의 브랜드는 위조 상품 확산을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K패션의 역동성을 신진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글로벌 진출 초기 단계에서 가품 공세로 브랜드 가치를 소진당하는 것은 K패션의 ‘성장 사다리’ 자체가 꺾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발 위조 상품의 확산이 K패션의 산업 경쟁력을 뿌리째 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하며 민관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는 K패션의 행보와 무차별적인 ‘저가 물량 공세’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적 마찰이 결국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무너뜨리고 브랜드 신뢰 구조를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독단적으로 플랫폼에 제재를 요청하거나 이러기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제조업체나 개별 업체는 인식을 개선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브랜드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컨설팅 등을 통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에게 공적, 독단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사실 한계가 존재한다”며 “지식재산처나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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