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거나 빠지면 나이가 들었다고 느낍니다. 무릎이 조금씩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입속’이 늙어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구강도 분명히 나이를 먹습니다. 이를 ‘구강노화’라고 합니다.
구강노화는 단순히 치아가 몇 개 빠지는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치아와 잇몸 그리고 침샘과 혀와 턱관절, 저작근(씹는 근육) 등 입안과 관련된 모든 구조와 기능이 서서히 변하고 약해져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음식의 섭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우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치아의 변화입니다. 오랜 세월 음식을 씹으며 사용된 치아는 마모가 진행됩니다. 법랑질이 닳고 작은 균열이 생기며 이전에 치료했던 부위의 2차 충치 위험도 높아집니다. 젊을 때는 단단히 버텨주던 치아도 나이가 들면 조금씩 약해집니다.
잇몸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치주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잇몸이 내려가고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치아가 흔들리는 단계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잇몸질환이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이 상태가 많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다수의 치아가 상실되면 피부가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주름이 많아 보여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침의 감소입니다. 나이가 들면 침 분비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혈압약과 당뇨약, 항우울제 등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분들은 구강건조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침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고 세균 증식을 억제하며 치아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침이 줄어들면 충치와 잇몸질환의 위험이 동시에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차적으로 여러 가지 구강 내 질병들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씹는 힘도 점차 약해집니다. 저작근이 약해지고 치아 개수가 줄어들면 음식 선택이 달라집니다. 구강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질긴 채소나 단백질 식품보다 오랫동안 치아에 붙어있기 쉬운 부드럽고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 위주로 식사가 바뀌기 쉽습니다. 이는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구강노화는 단순히 입안의 문제가 아니라 영양이나 면역, 전신질환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구강노쇠(oral frailty)’라는 개념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말하기가 어눌해지고 음식이 자주 끼, 삼키는 힘이 약해지고 씹는 능력이 떨어지는 일련의 변화가 누적되면 노년기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흡인성 폐렴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구강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요? 맞습니다. 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첫째, 주기적인 치과 정기검진입니다. 통증이나 불편한 것이 없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면 치아를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잇몸 관리입니다.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 치간칫솔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워터픽이나 가글등은 추가적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특히 노년층일수록 스케일링등 치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셋째, 침 분비가 줄어들어 건조하므로 구강 내 습한 상태의 유지 관리입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필요하면 무설탕 껌을 이용해 침 분비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구강건조가 심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합니다.
넷째, 치아를 ‘살리는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태도입니다. 자연치아는 어떤 인공 보철물보다도 소중합니다. 물론 임플란트는 훌륭한 치료법이지만 가능한 한 자기 치아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구강노화를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이 함께 늘어나지 않으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건강수명에서 ‘잘 먹고 잘 말하고 잘 웃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입속은 조용히 나이를 먹습니다. 아프지 않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 치아와 잇몸의 상태를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이 10년 뒤의 나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구강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방치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조금 더 일찍 관리한다면 우리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웃으면서 젊은 구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
전승준 소아치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0년째 소아청소년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드림분당예치과병원 원장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 진료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삶을 지향하며, 100세 이상까지 현역으로 진료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치과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글쓰기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와의 따뜻한 소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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