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도 매도 허용”…다주택자, 5·9 데드라인 앞두고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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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낀 집도 매도 허용”…다주택자, 5·9 데드라인 앞두고 ‘눈치싸움’

직썰 2026-02-06 08:00:00 신고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모습. [임나래 기자]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모습. [임나래 기자]

[직썰 / 임나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맞물리며 서울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다. 정부는 전세를 끼고 있는 주택까지 매도 출구를 열어주며 다주택자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거래 둔화와 규제 장벽 속에서 집값 하락 신호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매도·보유·증여를 둘러싼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거 규제 국면마다 반복됐던 ‘매물 잠김’이 재연될 수도 있다.

◇고강도 메시지 이후 매물 증가…가격 흐름은 ‘미동’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와 관련해 “주거 목적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주택 보유자까지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시사한 데 이어 연이은 메시지로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던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021건으로,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지난 23일(5만6219건) 대비 4.9%(2802건)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 13.3%(471건) ▲성동구 13.2%(161건) ▲광진구 10.0%(84건) ▲강남구 8.9%(676건) 등 서울 25개 자치구 중 21곳에서 매물이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도 포착된다.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기존 호가 31억원에서 2억원 낮춘 29억원에 매물로 나왔고,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을 택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가격 흐름 자체가 뚜렷하게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거래 여건이 여전히 제약적인 데다,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는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오르며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전세 낀 주택’ 출구 열렸지만…다주택자 판단은 제각각

이번 보완책의 핵심은 세입자가 있는 주택에도 매도 길을 열어준 점이다. 기존에는 5월 9일 이전까지 매매 계약은 물론 잔금과 등기까지 모두 마쳐야 했지만, 정부는 5월 9일까지 계약이 체결된 경우 지역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잔금·등기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입주 의무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혼란이 교차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모씨(49)는 “전세를 끼고 있어 매도를 미뤄왔는데, 더 늦기 전에 급매라도 내놓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계약일 기준인지, 잔금 기한을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실제로 움직이기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보유를 택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씨(51)는 “지인이 아파트를 팔고 나서 시세가 2억원 이상 더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세 부담을 감당하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매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되풀이된 규제 국면의 기억…‘매물 잠김’ 재연될까

시장에서는 과거 규제 국면과의 유사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했을 당시,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나 장기 보유 전략을 택했다. 자녀 조기 세대 분리, 가족 간 증여 등이 늘면서 매물 출회는 오히려 위축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되면 다주택자들은 단기 매도보다 증여나 보유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며 “5월 9일 이전에 매도하지 못한 경우 고율의 세 부담을 감안해 전략을 바꾸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규제 사이클을 경험하며 대응 전략을 학습했다는 점을 정부도 감안해야 한다”며 “매물 증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경우, 오히려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압박 속에 매물은 늘었지만, 거래와 가격을 움직일 만큼의 동력이 형성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규제가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익숙한 장면’으로 남을지는 5월 9일 이후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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