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식사 후 바로 양치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 습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특히 산도가 높은 음식을 먹은 직후에는 치아 표면이 일시적으로 약해져, 이 상태에서 칫솔질을 하면 법랑질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가 나왔다.
'빨리 닦을수록 충치 예방에 좋다'라는 통념과 달리, 상황에 따라서는 30분~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양치하는 것이 치아 건강에 더 이롭다는 설명이다.
미국치과협회(ADA)와 메이요클리닉 등 해외 주요 의료기관들은 산성 음식 섭취 직후 즉각적인 칫솔질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국내 치과계도 같은 입장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산성 물질에 노출된 치아는 표면이 일시적으로 연화되는데, 이때 칫솔로 문지르면 법랑질이 벗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일·탄산음료 후 법랑질 일시 연화
오렌지, 자몽 같은 감귤류, 탄산음료, 스포츠음료, 신맛 사탕, 식초가 들어간 음식은 입안의 산도를 낮춘다. 이러한 산성 물질은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일시적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메이요클리닉은 "산성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직후 칫솔질을 하면 법랑질이 손상될 수 있어 최소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 같은 위험성이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아카이브 오브 오럴 바이올로지(Arch Oral Biol)'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치아가 산에 노출돼 약해진 상태일수록 칫솔질로 인한 마모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식사 직후 양치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산성 자극이 있었던 식사 직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로 헹구고 30~60분 기다려야
그렇다면 언제 양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다. 식후 양치를 한다면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하며, 산성 음식 섭취 후에는 1시간 정도 시간을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다리는 동안의 대체 행동이다. 바로 칫솔을 잡는 대신 물로 입안을 여러 번 헹구거나 물을 마셔 산을 씻어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무설탕 껌을 씹어 침 분비를 늘리는 것도 입안의 산도를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무조건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식사 후 음식물이 치아 사이에 끼었다면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제거하는 것은 바로 해도 괜찮다. 반대로 양치를 미루면서 단 음료를 계속 마신다면 치아가 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져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성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양치할 때는 부드럽게 닦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오늘 저녁 식사 후부터는 바로 칫솔을 들기보다는 물로 헹구고 잠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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