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대신 이주 먼저”…남산 아래 ‘해든집’, 쪽방촌의 시간을 바꾸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철거 대신 이주 먼저”…남산 아래 ‘해든집’, 쪽방촌의 시간을 바꾸다

뉴스컬처 2026-02-05 15:59:39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 남산 기슭에 새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재개발이라면 으레 따라붙던 강제 철거와 갈등 대신, 사람들이 먼저 웃으며 들어간 집이 생겼다. 서울 양동 쪽방촌 주민 140여 가구가 새 보금자리 ‘해든집’으로 이주를 마쳤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조명하는 KBS1 '다큐 ON'이 오는 7일 오후 10시 15분 시청자들을 찾는다.

사진=다큐ON
사진=다큐ON

서울은 빠르게 성장한 도시다. 빌딩은 올라가고, 길은 넓어졌지만 그 속도만큼 삶의 터전이 사라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쪽방촌은 개발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운 공간이었다. “누가 먼저냐”는 질문은 늘 같았다. 개발인가, 사람인가.

방송이 주목한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사람이 먼저”. 재개발에 앞서 거주지를 먼저 마련한 ‘선이주 후개발’ 방식, 그 중심에 해든집이 있다.

■철거 없는 재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다

해든집은 서울역과 남산 사이, 양동 쪽방촌 재개발을 앞두고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이다.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지난해 완공 이후 입주가 시작됐다. 특징은 분명하다. 기존처럼 건물을 허문 뒤 대책을 세운 것이 아니라, 살 집을 먼저 마련하고 나서 철거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도시 개발 방식의 공식을 거꾸로 뒤집은 셈이다. 갈등을 사후에 조정하는 대신, 애초에 갈등이 생길 조건을 줄인 선택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만 옮긴 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망까지 함께 이동한 사례”라며 “도시 정책에서 보기 드문 사회적 실험”이라고 설명한다.

사진=다큐ON
사진=다큐ON

■복지도 같이 이사 왔다

해든집의 또 다른 차별점은 '관계의 연속성’이다. 남대문 쪽방상담소가 그대로 해든집 안으로 옮겨왔다. 이전부터 주민들을 돌봐온 사회복지사들이 이주 후에도 같은 얼굴로 상담을 이어간다.

생활 상담, 의료 지원, 자활 프로그램, 정서 케어까지. 공간은 달라졌지만 돌봄의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물리적 주거 이전과 복지 지원을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설계한 것이다.

김혜정 서울시복지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주거 안정과 사회복지가 결합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새로운 공간에 더 잘 안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다큐ON
사진=다큐ON

■4개월, 삶에 생긴 작은 변화

입주 후 넉 달. 눈에 띄는 건 화려한 변화가 아니라 조용한 가능성이다. 예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선택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잇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건강을 돌보는 일상들.

공간이 바뀌었다고 삶이 단숨에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내일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는 점, 그것이 해든집이 만든 가장 큰 변화다.

■“여긴 그냥 아파트가 아니라 마을이에요”

해든집 주민 다수는 쪽방촌에서 10년 이상, 길게는 40년 가까이 이웃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서로의 사정을 알고 돌보던 관계가 그대로 이어진다.

공동 주방과 식당, 재활 모임 공간, 공동 작업장과 휴식 공간까지 마련되면서 해든집은 단순한 주거 건물을 넘어 생활 공동체로 작동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집’에 가깝다.

사진=다큐ON
사진=다큐ON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변화의 바깥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도 있다. 행정적 이유 등으로 해든집에 포함되지 못한 양동 쪽방촌 주민 40여 가구가 인근에 남아 있다. 전국 주요 쪽방촌도 여전히 10곳, 서울에만 5곳이 존재한다.

해든집은 완성된 답이 아니다. 다만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는 하나의 사례다. 철거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을 때, 도시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다큐 on> 은 그 조용한 변화를 차분히 따라간다.

남산 아래, 늦은 밤 불이 켜진 창들. 그 안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