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중요농업유산 야생차밭, 스마트·대규모 재배로 세계 차(茶) 산업 엔진 목표
(하동=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하동군이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야생차의 전통을 계승하며 데이터와 기계화에 기반한 'K-티(Tea) 산업화'에 나선다.
단순한 특산물 생산을 넘어 전 세계 음료 시장에 핵심 원료를 공급하는 '차(茶) 산업의 엔진'이 되겠다는 포부다.
5일 하동군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현재 1천60여 농가가 729㏊ 면적에서 연간 약 1천260t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군은 지리산의 불규칙한 기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첨단 스마트 예찰 및 방재 시스템을 현장에 전격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기계로 찻잎을 따는 수준을 넘어 센서가 서리나 가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스마트 방상팬'과 '자동 살수 장치'를 가동하는 초정밀 재배방식이다.
이러한 '하동형 스마트 팜'에서 생산된 찻잎은 성분과 품질이 반도체 공정처럼 규격화된다.
덕분에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원료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며 스타벅스와 프랑스 명품 차 브랜드 '팔레 데 테(Palais des Thes)'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 판로가 확장되고 있다.
군은 장기적으로 100㏊ 이상의 대규모 기계화 차밭을 추가 조성하고, 현재 연간 400t 수준인 가루녹차 생산량을 1천t까지 확대해 대한민국 차 산업을 선도할 방침이다.
하동 녹차의 경쟁력은 기술력에만 있지 않다.
하동의 야생차밭은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군은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도 세계농업유산의 '오리지널리티'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차를 재배·수확하지만, 그 뿌리는 1천200년 된 유산에 있다는 배경은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해외에서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다.
차 산업의 성장은 지역 핫플레이스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동녹차연구소가 개발한 가루녹차를 활용한 가공품들은 MZ세대 사이에서 '굿즈'처럼 소비된다.
화개면에 위치한 카페 '밤톨(Bamtol)'은 하동 밤과 가루녹차를 접목한 밤파이로 '오픈런' 성지가 되었으며, 한국 최초의 차 공정 기술인 제다법을 계승한 찻집 '감동화개'는 전통 찻자리와 현대적 디저트를 결합해 지역 관광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군은 약 42억원을 투입해 '동부권 농산물 가공지원센터'를 준공하고, 화개면 삼신리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계화 차밭 단지를 공고히 구축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전통 수제차는 세계적 명품으로, 가공차는 글로벌 규격 원료로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하동을 명실상부한 'K-티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