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외이사 임기 단축 카드 만지작…'CEO 셀프 연임' 차단 vs 전문성 약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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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사외이사 임기 단축 카드 만지작…'CEO 셀프 연임' 차단 vs 전문성 약화 논란

폴리뉴스 2026-02-05 13:28:26 신고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들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형성해 연임을 굳히는 이른바 '셀프 연임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이사 전문성 저하와 인재 확보 난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2+1년 또는 단일 3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법상 사외이사는 최대 6년까지 재직할 수 있으며, 주요 금융지주들은 통상 최초 2년 임기 후 1년 단위로 3~4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당국은 이 같은 구조가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이사회가 CEO 연임을 뒷받침하는 기구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다. 임기 연장을 의식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보다는 동조에 기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임기 단축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외이사가 많은 현실에서, 짧은 임기는 오히려 '거수기 이사회'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사 사외이사를 지낸 법학 전공 교수는 "임기를 줄인다고 해서 이사회가 곧바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칫하면 경험 없는 이사를 또 다른 경험 없는 이사로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 지배구조 전문가들도 일정 수준의 임기 보장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2023년 금융위에 보낸 서한에서 "대부분의 사외이사는 5~6년 차에 전문성과 영향력이 정점에 이른다"며 이사 임기 제한 강화에 우려를 표했다. ACGA는 당시 사외이사 최대 임기를 9년으로 늘리되, 3연임부터는 훨씬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외이사 임기와 성과는 '역 U자형'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오래 재직하면 권력화 위험이 커지지만, 일정 기간의 연속성은 전문성 축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인재 확보 문제가 더 현실적인 고민으로 떠오른다. 이미 겸직 제한과 보수 규제가 엄격한 상황에서 임기까지 짧아질 경우, 사외이사직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도 적합한 사외이사를 찾기 쉽지 않은데 임기까지 줄어들면 후보군 자체가 급격히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 문제가 지배구조 개편 논의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현 정부 기조에 맞는 인사들의 금융권 진입을 위해 이사회 '물갈이'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임기를 사내이사나 비상무이사와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법적 정합성을 갖출 수 있는지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견제라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획일적인 임기 제한이 오히려 이사회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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