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이야기를 읽는 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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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이야기를 읽는 테라피스트

이슈메이커 2026-02-05 11:34:46 신고

[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몸의 이야기를 읽는 테라피스트

-‘테라피’는 몸이 아닌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과정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박주연 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스스로를 ‘몸을 통해 사람의 삶을 다시 정렬해주는 테라피스트’라고 소개한다. 이 단순한 소개 뒤에는 그 역시 몸이 먼저 멈춰 서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과거 아프리카 봉사활동 이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몸의 변화가 이어졌고 병원에서는 ‘뇌선종’ 진단이 내려졌다.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몸의 말을 들었다. 몸은 고장이 나서 아픈 게 아니라 오래 버텨온 삶이 더는 버티지 못할 때 가장 먼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테라피스트로서 그의 분명한 기준은 ‘시원함’이 아니라 ‘안전함’이었다. 통증을 없애는 기술보다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삶의 리듬을 다시 정돈하는 일과 빠른 변화보다 오래 남는 회복을 택했다. J.Balance Body LAB의 테라피는 그렇게 시작된다. 몸에서 출발해 한 사람의 하루와 관계, 그리고 삶의 방향으로 이어진다. 서두르지 않는 대신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한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먼저 보내온 경고, 버텨온 시간을 한 방향으로 모으다
그의 지난 이력은 단 한 줄로 정리하긴 어렵다. 스물아홉에 피부샵을 열었고 요가 강사와 필라테스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밖에도 다양한 프리랜서 일을 병행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야 했고 시간은 늘 빠듯했다. 박주연 원장은 과거를 떠올리며 “시간을 더 다양하게 써야 했다”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그 안에는 현실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흩어져 있던 선택들은 결국 한 방향으로 모였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 사람의 상태를 살피는 일, 그리고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아픈 방향으로 가는 순간.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그는 말한다. 겉으로 보면 그는 화려한 무대 위가 어울릴 법한 사람이다. 본인도 인정한다.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 성향은 아니라고. 주변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활동은 안 해봤냐”고 묻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박 원장이 오래 머문 자리는 늘 무대 아래였다. 보이는 자리보다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지켜주는 자리가 더 맞았다. 어릴 적 꿈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고 했다. 화려함보다는 누군가 조금 내려놓는 장면을 보는 게 좋았던 사람이다.
  과거 아프리카 봉사활동 이후 그의 삶은 한 번 크게 꺾였다. 1년간의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몸이 급격히 무너졌다. 진단은 뇌선종이었다. 큰 사고도 없었고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그런데 몸이 먼저 무너져버리니 질문이 따라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으며 몸은 마음보다 왜 먼저 반응하는지 등 우리 몸이 너무 궁금해진 이유다. 그 무렵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다고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을 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있다.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하루를 넘기던 시간. 그때 그는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체감했고 동시에 알게 됐다. 몸이 풀리면 마음도 같이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면 몸이 대신 버텨준다는 말은 그가 겪고 나서야 꺼낼 수 있었던 문장이다. 당시 그는 ‘참는 것’이 강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참는 건 그냥 미루는 일이었다. 그 신호들이 결국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게 했고 지금의 ‘박주연’은 그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다.

 

 

몸의 리듬에는 지난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박주연 원장은 고객을 처음 마주할 때 통증 부위부터 보지 않는다. 대신 가장 먼저 보는 건 긴장도와 호흡의 깊이다. 어디에서 숨을 멈추고 있는지 어떻게 서 있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방식으로 버텨왔는지를 살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그가 늘 강조하는 이유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몸의 리듬 안에는 이미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의 표현은 늘 ‘통증’보다 ‘이야기’에 가깝다. ‘몸의 이야기를 읽는다’라는 말은 테라피를 낭만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그가 정의하는 통증은 결과다. 몸은 그 이전부터 자세와 움직임은 물론 호흡으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한 부위의 통증 뒤에는 과하게 보상해온 패턴과 깊은 구조의 긴장이 겹쳐져 있다. 그는 아픈 곳을 바로 누르기보다 ‘왜 그 부위가 아플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찾는다. 통증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테라피의 속도는 느려진다. 대신 변화가 오래 남는다. 여기서부터는 ‘받을 때 시원함’이 아니라 ‘돌아가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된다.
  지금의 1:1 프리미엄 전신 테라피 방식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남은 선택이다. 그도 처음에는 더 많은 사람을 더 짧은 시간에 케어하고자 했었다. 효율적인 방식과 유행하는 테크닉도 모두 시도해봤다. 그런데 빠른 방식은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때 그는 결론을 바꿨다. 방식을 줄이고 시간을 늘렸다. 한 사람의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으면 진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반복해 확인한 끝에, ‘1:1 전신 테라피’만 남았다. 남는 건 결국 단순했다. 한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 그는 고객으로서 여러 샵을 찾았을 때 남는 것은 ‘잠깐의 시원함’뿐이었다고 말한다. 관리받는 사람이 느끼는 조급한 마음의 결까지 봤다. 그래서 그는 근육을 다루기 전에 마음이 안전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강한 자극이나 빠른 결과가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몸을 풀어주는 열쇠라는 것을 자신이 아프고 무너지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마음이 먼저 풀려야 반응한다. 이 단순한 사실을 그는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해왔다고 말한다.

 

 

‘관리’가 아니라 ‘이해’가 남는 테라피
J.Balance Body LAB을 찾는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남기는 말이 있다. “이곳은 관리받는 곳이라기보다 이해받는 느낌이에요.” 박 원장은 그 말을 좋아한다. 시원함 이상의 무언가가 남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병원, 운동, 여러 관리를 거쳐도 해결되지 않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와 닿아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은 대체로 비슷하다. 도수치료, 물리치료, 한방·양방 치료를 다 해봤고 수술 이후에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몸의 문제 같지만 사실은 삶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리를 받고 10년 만에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박주연 원장은 그 말 뒤에 있는 시간을 같이 떠올린다. 잠을 못 잔다는 건 생각보다 오래 사람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많다. 특히 2시간 30분을 운전해 찾아온 한 고객은 전신 긴장이 심해 침도 들어가지 않던 몸이었다. 관리 도중 고객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왜 우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고객의 몸이 처음으로 내려놓던 순간이었다. 며칠 뒤 연락이 온 당시 고객은 아이들이 “아빠 얼굴이 좋아졌다”라고 했고 그 주에는 오래된 불면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몸 하나 풀렸을 뿐인데 집 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었다. 또 다른 고객은 무릎 통증으로 걷지 못해 집 안에서 울고 있던 사람이었다. 오래 지켜보다가 찾아왔고, 관리 중 “몸이 아프니까 정말 죽고 싶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밥을 해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 원장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런 순간 때문이다. 테라피는 몸 하나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일 수 있다는 확신이 짙어진 순간이다. 출장 테라피를 병행했던 이유도 같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 특히 사업가들은 오히려 테라피스트가 움직여야 했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기준을 높였다. 단가를 올리고 장소를 제한했다. “정말 절실한 사람들이 오더라고요.” 그 말은 가볍지 않다. 지금은 출장을 줄이고 신규 매장 오픈 예정지에서 교육과 양성 쪽으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 직접 만지는 손은 줄이되 남길 수 있는 건 남기겠다는 선택이다.

 

확장보다 기준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파
이곳이 지향하는 회복은 단순히 아픔이 사라지는 상태가 아니다. 몸이 다시 스스로를 믿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 긴장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움직이며 일상 속에서 다시 버틸 수 있게 되는 상태가 회복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증상을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가도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앞으로 더 집중하고 싶은 대상도 ‘단기 불편’이 아니라 균형이 무너진 채 오래 버텨온 사람들이다. 반복 통증, 수술 권유, 혹은 여러 시도를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이미 보상 패턴에 익숙해진 몸. 그들에게는 한 번의 관리보다 ‘회복해가는 과정 자체’가 치유라고 그는 말한다.
  ‘J.Balance Body LAB’을 론칭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내가 잘하는 것’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 번의 관리와 한 명의 만족을 넘어 고객이 이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브랜드가 어떤 기준을 보여주는지를 더 깊이 보게 됐다. 여성 리더로서 편견도 분명히 있었다. 실력보다 성별이나 이미지로 먼저 판단받는 순간들, 바디케어가 ‘보조적인 일’로 오해받는 시선들. 하지만 그는 설명이나 설득 대신 결과와 태도로 정리하겠다고 선택했다. “의심은 질문으로, 질문은 신뢰로 바뀌었다”는 말이 그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편견을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이 아니라 지속된 결과라는 것. 현장에서 배운 결론이다.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아이들이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그를 다시 중심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태도와 평가보다 눈앞의 한 사람의 몸과 상태에 다시 집중하려는 선택이 그를 지탱했다. 전문가로서 가장 큰 보람 역시 ‘몸이 달라졌을 때’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몸을 다시 믿게 되는 순간이다.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요”라는 한마디가 결과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는 고백은 그의 테라피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소개를 해주고 다시 찾아오는 순간 그가 말하는 성과는 그때 확실해진다.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남는 성과다.
  이제 그의 시선은 교육과 확장으로 향한다. 제주에서 첫 제자와 함께 지낸 3개월, 그리고 “이건 더 많은 사람들이 배워야 한다”라는 말들이 마음에 남았다. 다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수강생은 소수, 기준은 높게. 기술보다 태도를 먼저 본다. 단기적으로는 저서 출판을 준비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100개의 J.Balance Body LAB’을 마음에 담고 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인식이다. 이런 회복의 방식도 있다는 걸 알리는 일.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자.” 그의 모토는 소박하다. 그런데 그 소박함이 쌓이면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불린다. 박주연 원장도 지금껏 그런 길을 걷고 또 걷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이야기 역시 울림을 더하기 충분했다. 몸도, 삶도, 너무 오래 참고 버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내 상태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이미 회복은 시작된다고. J.Balance Body LAB의 다음 이야기는 아마도 요란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오래 갈 것이다. 몸이 한 번 정리됐다는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박주연 원장이 읽어온 ‘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삶으로 조용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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