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공급' 엑셀과 '규제' 브레이크 같이 밟는 정부…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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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공급' 엑셀과 '규제' 브레이크 같이 밟는 정부…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

비즈니스플러스 2026-02-05 08:51:00 신고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와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두 개의 칼을 동시에 빼 들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조합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혼란스럽다. 정책의 '시그널'은 공급 확대를 가리키는데, 현장의 '노이즈'는 규제로 인한 진입 장벽과 사업 지연을 외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엔진은 과열됐는데 바퀴가 헛도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정책의 방향성은 옳지만, 집행 과정에서의 정교함 부족과 시장과의 소통 부재가 빚어낸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가 투기 수요를 잡는 것을 넘어, 건전한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까지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도입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70선(추정치)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중간 소득 가구가 서울의 중간 가격 주택을 구매할 때 소득의 약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출 한도 축소까지 겹치며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 주요 입지에 진입할 수 없는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규제 강화 직후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신고가 경신 비율은 유지된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의 거래량은 전 분기 대비 15% 이상 급감했다. 규제가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사다리만 걷어차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완화해준다고 했지만, DSR이라는 강력한 족쇄가 존재하는 한 소득이 낮은 청년층과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라며 "핀셋 규제가 아닌 그물망 식 규제가 시장의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뇌관은 '공급의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십만가구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현실은 다르다.

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목표치에 근접했으나,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착공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 통상 인허가 후 2~3년 뒤 입주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2026~2027년 '입주 대란'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이러한 '인허가-착공 미스매치'의 주범은 폭등한 공사비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3년 전 대비 약 28% 상승했다. 건설사들은 '삽을 뜰수록 손해'라며 수주를 포기하고, 조합은 늘어난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이 올스톱되는 현장이 서울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공사와의 협상이 1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정부가 공급을 늘리라고 독려하지만, 치솟는 자재비와 인건비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중재안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요인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주요 지역은 2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체감 경기와 통계 사이에 괴리가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건 실수요자에 대한 과감한 금융 장벽 철폐를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생아 특례 대출 대상자에게까지 적용되는 규제는 없애야된다"면서 "이와 함께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사비 갈등에 대한 공적 중재 기구를 상설화하고, 리츠(REITs) 등을 활용해 미분양 리스크를 분담하는 등 PF 자금 경색을 풀 수 있는 실질적 유동성 공급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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