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여야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최저임금 예외 적용 특별법안이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근처 지역의 노동 처우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일자리 공동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입법예고에 게시된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대구경북 특별시장이 지정한 글로벌 미래특구 내 사업장은 최저임금법 제6조를 적용받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제6조는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논란이 된 조항은 법안에 담긴 ‘다른 법률의 적용배제 등에 관한 특례’에 포함돼 있다. 해당 특례는 글로벌 미래특구에 한해 최저임금법 제6조를 적용하지 않고 또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1주 또는 1일의 근로시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내용이 특정 구역을 ‘예외지대’로 만들어 임금과 근로시간 기준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저임금·근로시간 규정의 예외가 제도화될 경우,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인접 지역까지 경쟁적으로 조건을 낮추는 흐름이 확산되며 노동 처우 전반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미래특구는 법안에서 ‘특별시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최첨단·친환경 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지역으로서 지정 및 고시된 지역’으로 규정된다. 특별시장은 관할구역 중 공항·항만 또는 첨단산업단지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신도시 개발지역, 항만, 산업단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글로벌 미래특구로 지정할 수 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법안에 대해 ‘반헌법-반노동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경북지역본부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발표해 “공청회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해당사자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주민의 삶과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행태를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김무강 정책기획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근로시간 기준을 낮추는 대신 부족한 노동력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의 ‘값싼 노동력 기반 경쟁력’ 구상으로 읽힌다”고 짚었다.
김 정책기획국장은 “문제 조항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법안에 포함해 밀어붙이는 방식이 더 큰 갈등을 부른다”며 2월 국회 심사 과정에서 관련 조항의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의견 제출과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밖에도 국민의힘 특별법안 제19조는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를 특별시에 이관할 때 주민편의·지역경제·삶의 질 관련 사무를 우선 이관하고 특히 환경·중소·고용·노동 권한을 우선 이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발의한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안에서도 제20조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를 특별시에 이관할 때 주민편의·지역경제·삶의 질 관련 사무를 우선 이관하고 환경·중소기업·고용·노동 권한을 우선 이양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고용노동 관련 사무를 특별시로 이관하는 조항과 관련해서도 김 정책기획국장은 “지자체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확대라는 목표를 동시에 안고 있어 근로감독 기능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소지가 크다”며 “감독 권한이 지방으로 넘어가면 실효적 감독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안이 특구 안팎의 임금 수준이 연쇄적으로 낮아지는 ‘일자리 공동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하은성 노무사는 “특구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낮추면 인근 지역 사업장도 ‘왜 우리는 더 줘야 하냐’는 논리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특구 일대의 전반적인 일자리 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하 노무사는 “이동 수단이 발달해 개인의 생활권이 크게 넓어졌고, 시민들의 근무지와 거주지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만큼 지역과 특구 단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지역을 ‘예외지대’로 만드는 방식은 전례가 많지 않고 통과되더라도 위헌 논란과 소송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며 “인터넷 소비 확산 등으로 지역별 물가 차이를 임금 차등의 근거로 삼기도 어려운 데다, 임금 하방 압력이 커지면 청년층의 ‘탈지역’이 가속화돼 지방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구경북 지역은 인구 10만명 당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율이 4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최저임금법과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된 건수는 총 220건이었다. 인구 10만명 당 신고율은 4.49건에 달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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