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선수로 맺은 인연이 이제는 안양 육상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됐습니다.”
겨울의 끝자락, 태국 방콕의 탐마삿 대학교(Thammasat University) 스포츠 컴플렉스 트랙 위로 안양시청 육상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 찼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안양시청 육상팀은 스피드 극대화를 위해 지난 달 1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37일간의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태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달궈진 그들의 스파이크가 올 시즌 대한민국 육상 트랙 위에서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
전지훈련 현장을 찾은 4일, 30도를 웃도는 고온의 날씨 속에서도 선수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 기상부터 밤 10시 취침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안양시청 육상팀을 이끄는 강태석 감독은 자타공인 단거리 명장이다. 그가 매년 방콕을 찾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로 출전해 인연을 맺은 태국 국가대표 출신 동료들이 현재 태국 육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2006년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해 벌써 20년째다. 당시 함께 뛰었던 태국 친구들이 지도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합동 훈련 시스템이 구축됐다”며 “최근 태국 단거리의 성장세가 무섭다. 9초 94를 기록한 푸리풀 분손(Puripol Boonson) 같은 괴물 신인이 나오는 환경에서 우리 선수들이 함께 뛰며 얻는 동기부여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규원 코치 역시 현지 훈련의 장점을 강조했다. 조 코치는 “따뜻한 기후 덕분에 선수들의 근육질이 부드러워져 스피드를 올리기에 최적”이라며 “경기장 환경은 다소 열악할지 몰라도 아시아 최상위권인 태국 선수들과의 경쟁 자체가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총 9명의 선수가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400m 유망주로 꼽히는 배건율(20·46초73)은 이번 시즌 45초대 진입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상으로 아쉬움이 컸지만, 올해는 45초대 진입과 함께 아시안게임 메달권 진입이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100m 간판 이정태도 복귀 신고식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월 전역 후 안양시청으로 돌아온 그는 “내 최고 기록인 10초 27을 넘어 한국 기록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태국 오픈 2관왕에 빛나는 문해진 역시 “나만의 퍼포먼스와 자세에 집중해 반드시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상 해외 전지훈련을 꾸준히 지원받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안양시는 강 감독과 선수단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강 감독은 “지도자를 믿고 흔쾌히 허락해 준 안양시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올해 목표는 아시안게임에 3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최소 메달 1개 이상을 획득하는 것이다. 나아가 2년 후 올림픽까지 안양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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