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합과 가격 짬짜미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봐주기 없는 제재'에 나선다. 부당이득을 사실상 남기지 않도록 과징금에 하한선을 두고, 담합으로 올라간 가격을 강제로 되돌리는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입장에선 과징금 부담이 대폭 커지고, 위법 행위 적발 시 실질적인 수익 환수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핵심은 담합의 중대성이 '중간' 이상으로 판단될 경우 과징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지 못하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산정 과정에서 감경이 반복되며 실제 부과액이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주 위원장은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충분히 환수하지 못하면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을 통해 과징금 하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소 벌금선'을 만들어 기업들이 위법 행위를 통해 얻는 기대수익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과징금 상한도 높아진다. 현행 관련 매출액의 20%인 정률 과징금 상한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어 억지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통제 수단도 적극 동원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법적 권한이 있음에도 '가격 재결정 명령'을 소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담합으로 비정상적으로 오른 제품 가격을 직접 조정하도록 명령하는 방안을 시정조치의 핵심 수단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단순 벌금 부과를 넘어 소비자 피해를 즉각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도 강한 어조로 주문을 내놨다. 그는 "범죄로 이익을 얻어도 처벌이 약하면 재범이 반복된다"며 "엄정한 규정과 집행으로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제도 개편의 또 다른 축은 '고발권 확대'다. 그동안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의 전속 고발이 있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 논란과 함께 수사 지연 문제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까지 고발권을 넓혀 수사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하도록 한 현행 구조도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사회적 파장이 컸던 설탕 담합 사건도 엄중 제재 대상이다. 검찰이 수년간 이어진 가격 담합으로 소비자 부담을 키운 혐의로 관련 기업과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긴 가운데, 공정위 역시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사안의 심각성을 크게 보고 있다"며 "시장에 분명한 경종을 울리는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공정위의 늦은 고발과 개인 책임 추궁 부족을 지적하며 초기 수사 단계부터 검찰·경찰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조사 특성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있지만, 기관 간 공조를 확대해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담합 유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 상·하한 동시 강화와 가격 인하 명령, 고발권 확대가 맞물리면 '걸려도 남는다'는 계산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와 직결된 생필품 시장의 구조 개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칼을 빼든 만큼, 담합과 짬짜미 관행에 기대온 시장 질서가 얼마나 달라질지 주목된다. 불공정 거래를 통한 이익은 끝까지 환수하겠다는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공정위의 집행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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