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옴니채널’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오프라인의 최대 강점인 ‘즉시성’이 사라지며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비용 절감과 체험 확대를 목적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늘리고 있으나 재고 관리 효율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제 쇼핑 경험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과 전통 유통 강자들의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며 채널 간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온라인 기업은 브랜드 체험과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유통사는 앱과 자사몰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운영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재고 분산에 따른 물류비와 관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매장 내 실물 재고를 최소화한 기형적 유통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체감은 뚜렷하다. 평소 매장 쇼핑을 선호한다는 B씨는 “공간이 주는 경험을 즐기는 편이라 매장에 자주 가지만 최근에는 입어보고 바로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을 내서 찾아갔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이 배송만 가능하다고 해 불편함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P씨 역시 “내일 당장 입으려고 매장을 찾았지만, 인기 상품은 품절이거나 예약 배송뿐이라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재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매장 결제 이후의 배송을 중앙 물류센터에서 일괄 처리하는 운영 구조를 택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매장별로 재고를 분산 배치할 경우 발생하는 이월·반품·폐기 등의 관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실물 재고는 최소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과 결제 유도에 집중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도 실제 수령까지 수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체험 강화를 내세운 오프라인 매장이 브랜드 거점이 아닌 ‘불편한 쇼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 효율과 비용 통제가 가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의 강점은 사라지고 온라인의 단점인 배송 대기만 덧붙여진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포화된 온라인 시장 환경도 오프라인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광고 비용이 급증하며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제한되는 상황 속 오프라인 매장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재고·물류 인프라 고도화 없이 진행될 경우 체험과 구매의 단절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통 인프라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옴니채널의 본질은 채널 확장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결에 있으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소비자 불편을 전제로 한 운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능형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오프라인 확장은 소비자에게 ‘경험의 배신’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매장에 재고가 없더라도 인근 거점 물량을 실시간으로 연계해 즉시 전달하는 등 고도화된 물류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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