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과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이 70%를 넘어선 데 이어 65세 이상에서도 국제적으로 드문 고용률을 보이며 “한국은 노인이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높은 고용률이 ‘일할 수밖에 없는 생계 압박’의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고령자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55∼64세 고용률은 70.5%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처음으로 70%선을 넘었다.
고령자 고용률은 해당 연령대 인구 중 취업자 비중으로 실제 소득활동을 하는 고령층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는 전년(69.9%)보다 0.6%p 오른 것으로 고령층 취업자 자체가 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실업 지표도 개선됐다. 55∼64세 실업률은 2024년 2.4%에서 지난해 2.1%로 0.3%p 낮아졌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72%로 전년(71.6%)을 웃돌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55∼64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8.4%에 달해 노동시장을 떠받치는 인구 구성 자체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하는 고령자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소득 공백’이 꼽힌다. 지난해 발간된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6%)을 크게 웃돌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연금만으로 생활을 꾸리기 어려운 구조가 고령층을 다시 일터로 밀어 넣는다고 봤다. 예컨대 2024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약 66만원 수준에 그쳐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13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연금제도가 성숙한 국가들에서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은퇴로 전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한국은 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연금을 받아도 계속 일해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5월 통계청 조사에서도 고령층이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이 73.4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왜 더 일하려 하는가’를 묻자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4.4%)’였다.
정부는 이 같은 일하는 고령자 증가 현상에 대해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될 경우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숙련 인력 부족이 겹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세대가 대규모로 노동시장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기업 현장의 인력 공백이 커질 수 있고 사회 전반의 성장잠재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권에서는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사정 모두 계속고용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보이지만 ‘일률적 정년 상향’과 ‘정년 후 재고용 등 유연한 방식’ 사이에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단계적으로 정년을 높이는 시나리오와 정년 도달 이후 1∼2년 재고용을 병행하는 절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당초 지난해 내 완료될 예정이었던 정년 연장 논의를 지방선거가 진행되는 6월 이후로 미뤄 노동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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