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2026년을 기점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관람·전시·연구·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적 혁신에 착수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 개선이나 프로그램 확대를 넘어, 박물관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적 변화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650만 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박물관은 이 수치에 안주하지 않고, 관람객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운영 전환을 선택했다. 오는 3월 16일부터 개관시간을 조정해 관람객 밀집을 분산하고, 옥외 편의시설 확충과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 구축을 통해 ‘머물고 싶은 박물관’으로의 환경을 조성한다. 2029년까지 어린이박물관을 현 규모의 약 두 배로 확장해 어린이·가족 관람객을 위한 국가 차원의 문화 학습 거점도 마련한다.
관람 경험의 혁신은 이번 전환의 핵심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를 '관람하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꾼다. 상설전시의 전략적 재구성, 대중성과 학술성을 아우르는 특별전, 참여형 문화행사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강화한다. 디지털 실감 콘텐츠와 스마트 큐레이션을 결합해 몰입도와 접근성도 함께 높인다.
서화실 재개관을 계기로 도입되는 '시즌 하이라이트' 운영은 상설전시를 고정된 공간이 아닌 순환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수요일 야간 개장 시간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확대해 관람객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한다. 오는 8~11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박물관 전시해설사들이 참여하는 'K-뮤지엄 전시해설 페스티벌'을 열어 해설 전문성과 해석 역량을 공유·확산한다.
2026년 주요 특별전 역시 박물관의 지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K-푸드의 문화적 원형과 변천을 조명하는 '우리들의 밥상', 국내 최초의 '태국미술'전, 스위스 취리히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전쟁, 예술 그리고 삶』,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전 등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국제적 기획이다. 상설전시에서는 대한제국실 재공개, 반구대 암각화 실감 콘텐츠 공개 등 역사와 기술을 결합한 전시가 이어진다.
연구와 소장품의 가치 확장도 본격화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사·연구 성과를 디지털 자산과 공공 데이터로 전환해 교육·산업·콘텐츠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 AI 기반 보존과학 플랫폼과 디지털 큐레이션을 통해 문화유산의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뮤지엄 아카데미' 기능을 확대해 K-뮤지엄 전문인력 양성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교환전 등은 전시를 넘어 문화외교의 장으로 기능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깊이와 서사를 세계와 공유하는 종합 문화외교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지역과의 연대 역시 중요한 축이다. 국보순회전은 인구감소지역과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며, 지역 박물관의 기획 역량을 함께 키우는 방식으로 고도화된다. 13개 소속박물관은 지역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고유 브랜드를 강화하고, 충주박물관 조성을 통해 전국 단위의 지속 가능한 박물관 인프라도 확충한다.
무엇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포용'을 전면에 내세운다. 무장애 관람환경과 베리어프리 전시를 확대하고, 생애주기별 교육·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박물관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홍준 관장은 "2026년은 박물관이 국민의 일상 속으로 더욱 가까이 들어가고,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환점"이라며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번 전환은 박물관을 과거의 저장소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공공 문화의 중심으로 재정의한다. K-컬처의 뿌리이자 세계를 향한 플랫폼으로서, K-뮤지엄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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