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 이슈가 촉발한 이른바 ‘워시 쇼크’로 금과 은 가격이 단기 급락했다. 레버리지와 선물 상품을 중심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되면서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다만 이번 하락을 중장기 추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중앙은행 매수세와 귀금속 투자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귀금속의 중장기 상승 흐름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연중 저점 찍고 반등한 금값…급등 이후 ‘조정의 시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99.99%·1kg) 가격은 전날보다 3.68%(8390원) 오른 23만6090원을 기록했다. 전날 장중 22만7700원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하며 낙폭 일부를 회복했다.
연초 이후 금과 은은 각각 약 25%, 70%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왔다. 그만큼 고점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전날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424.01달러까지 밀렸다. 은 가격 역시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급등 이후 불가피한 조정 구간에 정책 변수까지 겹치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변동성은 왜 커졌나…인선 충격과 레버리지 청산
가격 급변은 변동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변동성 지표가 44%까지 치솟아 일부 가상자산을 웃도는 수준에 도달했다.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점이 꼽힌다. 지난 2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 속에서 강세를 이어온 귀금속 시장은, 과거 매파 성향으로 평가받아온 인선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중국 내 투기성 자금 이탈과 고점 인식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더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졌다. 특히 레버리지와 선물 상품을 중심으로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가격 변동성이 단기간에 확대됐다.
◇ETF 급락 속에서도 개인 유입…“펀더멘털 훼손은 아니다”
조정은 ETF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일 기준 KODEX 은선물(H)은 전장 대비 30.00% 급락했고,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25.21%), TIGER 금은선물(-15.49%), TIGER KRX금현물(-12.82%), ACE KRX금현물(-12.81%) 등 주요 상품도 일제히 하락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급락을 단기 과도한 조정으로 인식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오히려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다음 거래일에는 KODEX 은선물(9.34%), TIGER 골드선물(8.31%), KODEX 골드선물(7.87%), ACE KRX금현물(7.48%) 등이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수급 충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백종원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매니저는 “이번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에 따른 가격 충격 성격이 강하다”며 “금의 핵심 수요 축인 포트폴리오 분산 수요, 헤지 수요, 중앙은행 수요가 약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중장기 시선은 여전히 유지…다음 흐름은 비철금속
장기 전망을 지지하는 근거로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꼽힌다. JP모건은 금 가격의 연말 목표치를 온스당 6300달러로 제시하며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중앙은행 매수세가 가격을 주도했다면, 2025년 들어서는 골드바와 ETF를 중심으로 한 투자 목적 유동성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숨 고르기 장세가 불가피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임 연준 의장 지명 여파가 충분히 소화될 때까지는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세가 맞서는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재 시장 내 순환매 관점에서 비철금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귀금속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면, 2025년 이후에는 구리와 아연 등 비철금속이 다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첨단 산업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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