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경 금융 범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자금세탁·테러자금 대응을 위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수를 확대한다. 자금세탁과 테러 방식이 고도화,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보다 폭넓은 전문 자문을 통해 정책 대응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 정책협의회 등의 설치 운영’ 규정을 개정하고, 정책자문위원회 위촉 가능한 위원 수를 기존 12명에서 20명 이내로 늘렸다. 이는 법률, 회계, 세무 등 외부 전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강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FIU는 이번 규정 개정 배경으로 “최근 자금세탁·테러자금 관련 전문 분야에 대한 자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위원 수를 확대해 정책 추진에 심도 있는 논의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자금세탁 범죄 양상이 국경을 넘나들며 빠르게 진화하자, 기존 정책과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AML·CFT정책협의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캄보디아 등 해외를 거점으로 한 초국경 범죄가 증가하면서 자금세탁 취약 업권을 중심으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공유됐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상계좌를 제공해 범죄 자금의 세탁 통로로 악용된 사례, 해외 범죄 조직이 정상적인 무역 거래를 가장해 자금을 세탁한 사례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단순한 국내 범죄를 넘어 해외 조직과 연계된 구조적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수사·외교 당국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제도적 대응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테러자금금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에는 테러 관련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을 금융위가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 단위 제재에 그치지 않고, 법인과 우회 구조까지 포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FIU는 지난해 말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를 제한하고, 수사 과정에서 범죄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FIU 관계자는 “올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과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 운영 등 추진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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