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추가 상승 가능성과 함께 '오천피' 안착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 성장이 당분간 증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 추진이 일관되게 지속되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거래소는 3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홍보관에서 ‘KOSPI 5000 and Beyond 세미나’를 열고 코스피 5000 달성 이후의 시장 전망과 자본시장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금융당국과 학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서는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코스피 5000 시대, 안착 및 도약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주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센터장은 글로벌 환경과 관련해 "각국의 경기부양 재정 지출 확대 등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추세"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 관련 인프라 지출이 확대되고 있고 인공지능(AI)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이어지는 것도 유동성 확대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5000 수준에 대해 과도한 고평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가 지난해 많이 올랐지만 기업 이익과 자산가치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며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흐름을 만회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수 상승과 체감 경기가 괴리되어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김 센터장은 "체감경기나 국민경제 활동을 대표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주가 간 괴리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독일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이 양호한 반도체 등 수출 산업에 비해 내수 산업의 주가 상승률이 낮은 점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어 현재 상황(코스피 5000)을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두 센터장은 공통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조 센터장은 "AI 확산과 반도체 수요 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2028년까지 반도체 공급부족은 지속될 것"이라며 "일부 기업의 재무 부담이 AI버블론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큰 틀에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요인으로 주주환원 구조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PER은 각각 약 5.7배, 8.2배로 최근 주가 급등에도 코스피 평균(10.1배) 대비 낮은 것은 물론 마이크론(12.7배), S&P500(25.1배)과도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많이 버는 반도체 기업이 시장 대비 디스카운트를 받는 이유는 배당 등 주주환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설비투자에 투입해 왔고, 이로 인해 저평가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정책적 지원과 '머니무브'를 통한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됐다. 조 센터장은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충실의무가 회사 전반으로 확대된 것은 상징적인 변화"라며 "향후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개매수 제도 개선 등 추가적인 제도 보완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자본시장이 정상화되어야 하고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며 "이를 위해 자본시장이 가계금융자산의 확산을 촉진하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최근 ETF 시장 규모가 약 350조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은행 예금 자금이 ETF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자금들은 단기 매매보다 장기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자본시장 수급 자금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닥 시장의 개편 방향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코스닥은 사상 최고가 대비 지수가 3분의 1 수준에 머무는 등 장기 성과는 부진하지만 신규 상장 기업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시가총액만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의 종목 수가 코스피의 2배가 넘는 약 1700개에 달해 관리가 어려운 구조"라며 "기존 코스닥 시장의 역사와 체질을 점검하며 구조적인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축으로 고 과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꼽았다. 고 과장은 "지난해 주가조작 대응을 전담하는 합동대응단을 출범했고 최근에는 팀을 하나 더 늘린 만큼 주가조작을 반드시 적발하겠다"며 "내부고발자 포상금 상한선도 혁신적으로 확대해 적발 유인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고 과장은 "지난해 12월 '다산다사'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발표하며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했고 절차는 기존 3심에서 2심제로, 심사기간은 최장 2년에서 1.5년으로 단축했다"며 "올해는 거래소 내 상폐 전담 심사팀도 신설하는 등 퇴출 가속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축으로는 '일반주주 보호'를 언급했다. 고 과장은 “지난해 1, 2차 상법 개정을 통해 큰 흐름을 잡았고 3차 개정을 통해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이 제도화된다면 여러가지 주주 보호 방안이 생길 것"이라며 "합병할 때 합병가액을 공정가액으로 하거나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통해 일반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빠르게 논의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 과장은 선순환 구조를 위한 투자 기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성장 ISA, 청년성장 ISA 도입과 함께 BDC,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면 자금 유입 유인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자금 시장을 떠나 투자하고 싶은 우량 기업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혁신 기업 육성에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코스피 5000이)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일관되게, 끈질기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끈질기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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