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월세는 서민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곤 한다. 과거 한국 임대차 시장의 상징이었던 ‘전세’는 목돈 마련의 기회이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시장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과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많은 임차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흐름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AI 단순 자료 이미지
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오피스텔의 전월세 거래량은 총 167만 150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69만 2270건과 비교해 1.2% 감소한 수치다. 전체 거래 규모는 줄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전세와 월세의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84만 5393건에서 77만 2605건으로 8.6%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는 84만 6877건에서 89만 8898건으로 6.1% 증가했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는 인구와 주택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전월세 거래량은 총 102만 4376건으로, 전국 거래량의 61.3%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의 전세 거래는 2024년 51만 5354건에서 지난해 47만 8731건으로 7.1% 줄었으나, 월세 거래는 51만 4562건에서 54만 5645건으로 6.0% 늘었다. 수도권의 월세 선호는 주택 유형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오피스텔의 월세 거래 비중이 73.2%로 가장 높았고, 연립·다세대주택(60.8%), 아파트(45.4%)가 뒤를 이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5.6%포인트, 6.4%포인트, 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주택 유형별로는 서민 주거지로 꼽히는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의 변화가 특히 크다. 서울·경기 지역 빌라 전세 거래량은 2024년 9만 8545건에서 지난해 7만 7933건으로 20.9% 감소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빌라 포비아’가 여전히 시장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피스텔 역시 전세 거래가 11.8% 줄어드는 사이 월세 거래는 15.2% 증가하며 두 자릿수 변동 폭을 기록했다. 아파트도 전세 거래는 2.6% 감소하고 월세는 3.7% 증가해, 임대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월세로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진 영향이 거론된다. 이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월세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 선호는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세 거래 비중은 아파트가 54.6%로 여전히 절반을 넘기지만, 연립·다세대주택(39.2%)과 오피스텔(26.8%)에서는 전세가 이미 비주류로 밀려난 모습이다. 시장 유동성과 금리 상황에 따라 임대차 구조의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월세 비중의 추가 상승 여부는 주택 공급 물량과 대출 금리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