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시즌 중 ‘경기 출전 거부’를 선언했다. 어찌 된 일인지 사태의 경위를 살펴보자.
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리스 파이살 빈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2025-2026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20라운드를 치른 알나스르가 알리야드에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날 호날두는 명단 제외됐다. 경기 전 호날두가 컨디션 난조로 관리 차원에서 원정 결장할 것이라고 보도됐지만, 포르투갈 ‘아볼라’는 ‘호날두가 알나스르 운영 주체인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의 차별적 대우로 경기에 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리며 호날두의 보이콧 사태가 불거졌다.
호날두의 보이콧 사유로 떠오른 ‘PIF의 차별적 대우’는 사우디 리그의 환경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촌극이다. 사우디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사우디 리그는 한때 이름값 높은 유럽 최고 스타들을 거액 이적료로 싹쓸이하며 몸집을 불렸다. 사우디 정부는 미래 가치를 지닌 축구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명목으로 삼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 인권 문제를 가리기 위한 일종의 ‘스포츠워싱’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사우디 정부가 축구 리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로 공공투자기금(PIF) 활용이다. 사우디 국부펀드라고도 불리는데 사우디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각종 사업을 PIF 활용을 통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왔다. 이미 사우디 프로리그에서도 PIF에게 인수된 구단이 무려 4팀이나 된다. PIF는 지난 2023년 6월 사우디 4대 강팀인 알힐랄,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아흘리를 모두 인수하게 됐다. 각 구단의 지분 75%를 인수하며 위 네 팀은 사실상 정부 소유의 구단이 됐다.
게다가 PIF 소유의 4팀은 사우디 리그 절대 강자로 근 10년간 리그 우승을 양분해 왔다. 2012-2013시즌 알 파테 우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알힐랄 6회, 알나스르 3회, 알이티하드 2회, 알아흘리 1회로 리그 왕관을 돌려썼다. PIF의 투자로 네 팀의 리그 내 위세는 더욱 강해졌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많은 PIF라도 네 팀에게 공평한 투자를 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좀 더 가능성 있는 사업에 자본을 싣는 건 당연한 경제적 논리다. PIF는 알나스르에 세계 최고의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안기면서 역대급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알나스르는 2023년 호날두 영입 이후 현재까지 무관에 빠져 있다. 이러한 와중 올 시즌 알나스르가 리그 15승 1무 3패 승점 46점으로 선두 알힐랄을 승점 1점 차로 바짝 쫓으며 무관 탈출의 희망을 엿보고 있는데 올겨울 PIF는 알나스르에 21세 유망주 미드필더 한 명만을 영입해주며 차가워진 관심을 은연중 풍겼다. 그러면서 선두를 달리는 알힐랄엔 리그 내 수위 스트라이커이자 같은 소유팀 알이티하드 소속이던 카림 벤제마를 품어줬다.
호날두가 뿔이 난 시점은 바로 이 사이에 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호날두는 PIF의 알나스르에 대한 투자 축소를 이유로 타 보유 구단에 비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겨울 알나스르 조르제 제주스 감독이 요청한 선수 보강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라크 국적 21세 미드필더 하이데르 압둘카림만 영입된 것을 증거로 내세웠다. 결국 호날두는 항의의 뜻으로 이날 알리야드 원정에 불참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보이콧 명분인 ‘PIF의 투자 축소’는 다소 감정 섞인 근거다. 통계 매체 기준 올 시즌 알나스르의 전체 연봉은 3억 6,000만 유로(약 6,160억 원)다. 그런데 호날두가 주장한 차별 대우의 정황상 용의자인 알힐랄의 올 시즌 총 연봉은 1억 9,000만 유로(약 3,250억 원) 수준이다. 알나스르에 비해 절반가량 적다. 심지어 알날스르 총 연봉 중 호날두가 차지하는 연봉은 2억 1,000만 유로(약 3,594억 원) 수준이다. 팀 연봉의 절반이 호날두에게 수령되고 있고 그런 호날두를 제외하고도 알나스르와 알힐랄의 연봉 차는 4,000만 유로(약 684억 원) 정도다. 단순 비교치만 봤을 때 호날두의 알나스르가 타 구단에 비해 지원을 덜 받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벤제마의 리그 내 이적이라는 상황만 놓고 봤을 때 호날두의 분노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순 있다. 현재 1위 알힐랄과 2위 알나스르가 승점 1점 차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굳이 리그 수위급 벤제마를 1위 알힐랄로 이적시키는 결정은 ‘특정팀 밀어주기’로 보일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이적시장 불만으로 선수가 보이콧을 선언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되긴 어렵다. 벤제마의 알힐랄 합류로 알나스르의 우승 경쟁에 적신호가 켜진 건 사실이지만, 호날두는 자신이 사우디 리그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최고 스타라는 걸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한다. 연봉만 보면 호날두는 벤제마보다 더 나은 선수며 알나스르의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도 지녀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빈 살만 왕세자 및 알힐랄 인스타그램 캡처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