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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추정제’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할 방침이다.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고, 이를 부인하려면 사업주가 반증해야 하는 구조다. 국세청 원천징수 신고 기준으로 배달 라이더·택배기사·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 869만명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만일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은 물론 4대보험과 퇴직금, 주휴수당까지 의무 적용된다.
배달을 넘어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퀵커머스다. 주문 후 30분~1시간 내 배송을 앞세운 이 시장은 최근 업계의 핵심 성장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 4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5조 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이마트(139480)·다이소·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유통사까지 가세하며 속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런 퀵커머스의 성장세를 떠받쳐온 요인으로는 라이더의 유연한 공급 구조가 꼽힌다. 현재 활동 중인 라이더 상당수는 점심·저녁 등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만 배달에 나서는 형태다. 출퇴근 전후나 주말을 활용하는 직장인 등 부업 인력 비중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인력 운용 방식이 퀵커머스 운영 전반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가 시행될 경우 이런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라이더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근로시간 관리와 인력 운영 체계가 보다 명확해지면서, 현재처럼 겸업을 전제로 한 부업 인력 활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플랫폼 역시 남은 인력에 대해 4대보험·퇴직금·주휴수당 등 고정비를 부담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라이더 공급은 줄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면서, 퀵커머스의 비용 공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퀵커머스는 이런 비용 증가를 흡수할 여지가 크지 않다. 화장지·생수 등 생필품 중심으로 주문 단가가 낮고 마진이 작아 인건비 비중이 수익성에 직결된다. 일정 반경 내 빠른 회전율을 전제로 설계된 모델인 만큼, 라이더 공급이나 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경우 서비스 효율과 배송 속도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인건비 변화가 바로 운영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제도 방향에 따라 현장 운영 방식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가 적용 범위와 방식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시행될 경우,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 궤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물류 거점 확대나 배송 권역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일부 사업자는 경쟁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직 수익 모델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구조 변화는 사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장 구조를 흔든 사례가 있다. 스페인은 2021년 8월 배달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시행했고, 이후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국 기반 배달 플랫폼 딜리버루는 같은 해 11월 라이더 3800명을 정리하고 스페인 시장에서 철수했다. 딜리버루가 떠난 뒤 남은 플랫폼들이 고객과 라이더 확보 경쟁에 나서며 시장 재편이 본격화됐다.
전문가들도 제도 적용 방식에 따라 퀵커머스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는 회사 직원처럼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전업과 부업이 혼재된 라이더 구조에 일괄 적용하면 퀵커머스처럼 유연성이 핵심인 산업은 비용 부담과 인력 경직을 피하기 어렵다”며 “실태 파악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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