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분석…"대체 안전자산 금값상승도 부채질"
"미국 예외주의 회의론…기축통화 지위는 불변"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달러 약세의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와 통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입장 변화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약 1년간 10% 이상 하락했다는 것이다.
WP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조치를 들었다.
당시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주식과 채권은 회복했지만, 달러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관세 부과는 자국 통화 강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더 크게 반응했다는 설명이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발언과 유화적 발언을 오가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WP는 이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에서 금으로 이동했고,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80%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통화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왔다.
실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시장은 리스크를 달러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면서 환율 변동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달러 하락에 대비한 환 헤지 거래가 크게 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보고서를 통해 "달러 약세 국면에서 환 헤지 수요가 오히려 달러 가치 하락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외 지역으로 투자를 분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간 영국과 일본, 브라질 등 주요 국가 증시의 수익률이 미국 증시를 웃돌면서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계속되는 한 달러의 변동성과 약세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기축통화 지위에도 변화가 없는 만큼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댄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지닌 국가 중 하나"라며 "달러의 종말을 선언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