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이민성 기자] 역사·자연·예술·체험까지, 생각보다 꽉 찬 여행지, 충청북도 '청주'.
대통령만 드나들던 공간, 호수 옆 미술관, 아직도 살아 있는 전통시장,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까지. 겨울의 청주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짧게 떠났는데,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도시. 요즘 여행자들이 슬쩍 청주를 검색하는 이유다.
“여기가 원래 못 들어가던 곳이었다고?” 청남대의 시간 여행
청주에서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단연 청남대다. 한때는 지도 위에만 존재하던 공간. ‘남쪽의 청와대’라는 이름 그대로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2003년이 되어서야 일반에 공개됐다.
약 55만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는 대청댐과 대청호의 풍경을 품고 있고,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왜 특별한 장소였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대청호의 시원한 풍광을 조망하기에도 좋다. 역사적 상징성과 자연 풍경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이다.
호수 옆 미술관, 감정이 쉬어가는 공간
청남대 인근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미술관’이다. 대청호 북쪽, 문의문화재단지 안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전시를 보는 공간이자 풍경을 감상하는 장소다.
유리 너머로 펼쳐지는 호수 풍경, 자연과 어울리도록 설계된 건축, 그리고 현대미술이 만들어내는 긴 여운. 작품을 다 보고 나와도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렵다. 겨울의 고요함이 오히려 감상을 깊게 만든다.
“시장에 오면 도시가 보인다” 육거리종합시장
청주의 진짜 얼굴은 육거리종합시장에서 만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이 시장은 지금도 살아 움직인다. 1,600여 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서는 농산물, 공산품, 먹거리까지 없는 게 없다.
특히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은 하나의 축제가 된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활기, 손님과 상인의 대화, 즉석에서 완성되는 음식들. 관광지가 아닌 ‘생활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여행의 온도를 바꿔 놓는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곳, 무심천
청주 시내를 동서로 나누며 흐르는 하천 '무심천'은 이름처럼 마음을 비우게 만든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잔잔히 흐르는 물길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한국 고유 수종의 꽃들이 강변을 따라 만발하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다. 특히 봄에는 벚꽃 거리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룬다. 벚꽃 시즌이 아니어도 괜찮다. 겨울의 무심천은 고요한 강물과 강변의 풍경이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시원한 수경분수와 자전거 전용도로, 산책로 등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거나 운동을 즐기기 좋다. 여행 중간, 가장 ‘쉼다운 쉼’을 만나는 구간이다.
아이도 어른도 빠져든다, 버드앤쥬
청주 여행이 가족 단위에게 특히 좋은 이유는 버드앤쥬 같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2500평 규모의 실내외 공간에서 다양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 앵무새, 사슴, 토끼, 염소, 타조, 말 등 여러 동물이 넓은 사육장에서 자유롭게 지낸다. 10년 이상 특수 동물 병원 경력의 전문 사육사가 안내하며, 희귀 동물들과 가까이서 교감하고 앵무새들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에어바운서, 트램폴린, 모래 놀이터, 눈썰매장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풍부하여 추운 날씨 상관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며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여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아이 때문에 간 곳이었는데, 어른이 더 재밌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성벽을 걷다 보면,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상당산성'
청주의 마무리는 상당산성이 제격이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산성은 둘레만 4km가 넘는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을 걷다 보면, 청주라는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왜란 이후 개축되고 숙종 때 석성으로 다시 쌓여 오늘에 이른다. 성 내부에는 공남문, 미호문, 진동문 등 3개의 문과 암문, 치성 등이 남아 있으며, 복원된 동장대에서 옛 군사 시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성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는 성 안에 조성된 전통한옥마을에서 전통주와 빈대떡을 맛보며 여독을 풀기에도 좋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여 산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드라마 <연인>의 배경이 되기도 한 유서 깊은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