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형석 기자] (사)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가 지역 응급의료 체계의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응급실 전담의사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고 2월 2일 밝혔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 지역응급의료센터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전문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낡은 규제가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응급의료 현장의 인력 수급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세전 월 4100만원 수준의 높은 보수를 지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4시간 근무 시 일급 650만원을 제시해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력 부족은 곧장 의료 공백으로 이어져 일부 병원은 후임자를 찾지 못해 특정 시간대 응급실 문을 닫는 파행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응급실 전담의사’로 등록되면 해당 의료기관의 업무에만 전속돼야 한다. 일반 전문의들이 의료법에 따라 다른 기관에서 ‘기타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응급실 전담의는 타 의료기관과의 중복 근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실제로 ‘2024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는 이러한 규제에 묶인 불합리한 사례가 드러났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전문의가 의료 소외지역인 강원도 접경 지역에서 이틀간 당직을 섰다는 이유로 ‘중복 인력’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의사는 전담의 명단에서 삭제됐고 병원은 필수 영역 평가에서 ‘FAIL’ 결과를 받아 거액의 정부 지원금 환수 위기에 처했다. 의료 오지의 응급실을 돕기 위한 선의의 진료가 병원 경영을 흔드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의사 부족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과와의 연계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은 전문의가 1차 진료부터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해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지만 규제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협회는 ‘동일 의료기관 내 타과 전문의의 응급실 진료 참여를 공식 인력으로 인정’하고 ‘응급실 근무 의사의 타 기관 겸직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제도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상 일반 의사와 마찬가지로 응급실 의사도 두 개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법적 족쇄를 풀어야 한다”며 “이것이 지역 응급의료 구인난을 해소하고 환자 수용 역량을 높이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