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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기관은 시장을 ‘베어마켓’으로 규정하면서도 비트코인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며 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인스티튜셔널과 글래스노드가 공동으로 실시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관의 4곳 중 1곳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관은 비트코인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으며, 지난해 10월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기관투자자들의 현재 포지셔닝을 잘 보여준다. 시장 국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암호화폐 자산군에서 완전히 이탈하기보다는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에 위험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문 보고서는 이러한 ‘베어마켓’ 인식과 ‘저평가’ 판단이 공존하는 배경을 시장 구조 변화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알트코인 가격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비트코인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동안 58%에서 5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매도 압력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고르게 퍼진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집중된 소형 자산군에서 주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비트코인이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보유를 유지하는 자산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 인스티튜셔널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데이비드 두옹은 크립토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기관들이 사용하는 ‘베어마켓’이라는 표현과 비트코인 저평가 인식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두옹은 “기관들은 시장 국면과 포지셔닝을 설명할 때 사이클 용어를 사용하는 반면, ‘가치’ 평가는 채택 확대, 희소성, 시장 구조, 정책 환경 등 장기 요인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기 가격 움직임보다 장기 채택과 구조적 개선을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베어마켓은 유동성이 긴축되고 심리가 약화되는 시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관 참여 확대와 향후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며 “누군가 현재를 베어마켓이라고 부른다면 이는 궁극적인 가격 목표가 아니라 지금 거래되고 있는 국면과 위험 선호도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수치도 이 같은 해석과 맞닿아 있다. 시장은 무차별적인 위험 추구를 더 이상 보상하지 않지만, 대형 자산에 대한 매수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베이스와 글래스노드는 무기한 선물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스템 레버리지 비율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대비 3%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옵션 시장의 미결제약정은 급증하며,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에 대비한 방어적 포지션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을 베어마켓으로 인식할 경우, 노출을 완전히 줄이기보다는 보험을 매입하고 강제 청산 위험을 낮추며, 원치 않는 시점에 포지션이 정리되지 않는 수단을 통해 필요한 익스포저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생상품 구조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은 처음으로 무기한 선물을 넘어섰다. 30일, 90일, 180일 만기 옵션 전반에서 25델타 풋-콜 스큐가 플러스 영역에 머물렀다. 이는 레버리지를 통해 상승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이 아니라, 포지션을 유지하되 위험을 명확히 제한하려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신호로 해석된다.
두옹 역시 지난해 10월 대규모 청산 이후 기관들의 대응 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조정 이후에도 기관들의 온체인 확장에 대한 관심은 유지됐지만, 보다 절제되고 다중 거래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기관들은 점점 옵션과 베이시스 거래를 통해 포지션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10월과 같은 청산 위험 없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온체인 지표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티티 조정 순미실현손익(NUPL) 기준 투자 심리는 지난해 10월 ‘확신’ 단계에서 ‘불안’ 단계로 하락한 뒤 분기 내내 그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낙관적 국면은 아니지만, 투매 국면에도 해당하지 않는 상태다.
또 지난해 4분기 동안 3개월 이내에 이동한 비트코인 물량은 37% 증가한 반면 1년 이상 이동하지 않은 물량은 2%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를 지난해 말 분배 국면의 신호로 해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분배가 반드시 시장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보유자들이 강세 국면에서 위험을 줄였고, 이후 시장은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없이도 자산을 보유할 새로운 주체를 찾는 과정에 들어섰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이 ‘저평가됐다’는 주장은 단일한 적정가치 산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자산이며, 소매 투자자 수요에 의존하지 않고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믿음이 기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옹은 “소매 투자자들이 단기 가격과 사이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기관은 타이밍보다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 제안에 더 무게를 둔다”며 “비트코인은 점점 투기적 토큰이 아니라 전략적 가치 저장 수단이자 거시적 헤지 자산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26년 1분기 전망과 관련해 대형 자산 선호를 제시했다. 반면 중소형 토큰은 지난해 10월 조정의 여파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하면, 기관들이 말하는 비트코인의 ‘저평가’는 가격이 싸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불리한 시장 국면에서도 지속 가능한 투자 대상이라는 판단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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