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애정을 듬뿍 담아 엄선한 70개의 일본 광고 카피는 단순히 판매를 촉진하는 문장에 그치지 않는다. 함께 사는 집의 냄새를 궁금하게 하는 결혼 지원 사업 캠페인, 첫사랑을 모른 채 끝나는 인생을 말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패션 및 잡화 브랜드, 처음 혼자 했던 여행의 기억을 꺼내는 기차 여행 티켓, 바로 답장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알아채는 우체국까지.
일본 기업과 브랜드에서 펼쳐 보이는 이 문장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쳤던 감정과 의미를 짚어내면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마치 한편의 시를 감상하듯 짧은 카피 한 줄 속에 담긴 여러 겹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의 결을 폭 넓게 조명하며 모든 독자의 마음에 닿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이 책은 일본 광고 카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영감의 원천이, 이미 광고와 카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더 깊은 통찰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카피 수집으로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특별한 인사이트가 필요한 순간마다 돌아올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평범한 단어들이 모여 비범한 통찰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이 책을 한 장 한 장 펼치며 확인해 보자.
한 카피에 관한 이야기가 4페이지 정도에 끝나는 간결한 구성이지만, 창작, 사랑, 노력, 용기, 응원, 시간 등 삶의 다양한 테마를 깊이 있게 아우른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필요한 문장이 있는 페이지를 펼쳐보자. 생각지 못한 통찰에 감탄하기도 하고,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카피에 잠시 멈춰 서기도 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왜 어떤 카피는 모두의 마음에 오래 남고, 왜 어떤 표현은 가슴을 울리는지, 십수 년 차 카피라이터만의 노하우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강력한 메시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로부터 나온다. 보통 당연하기 때문에 잘 잊고 살기 때문이다”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하기보다 그 제품을 통해 달라질 ‘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등 실전에서 터득한 카피 작법의 지혜가 곳곳에 녹아 있다.
정확한 문장 하나는 생각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이건 광고나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더 풍요롭게 삶을 채워가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좋은 문장이 주는 위로와 영감을 찾는 독자, 혹은 일상에서 언어와 함께하는 사색을 꿈꾸는 독자라면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언제든 꺼내 읽을 만한 책이다.
원문 카피와 함께 실린 올컬러 광고 도판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일상의 언어가 단조롭게 느껴질 때, 표현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자. 70개의 일본 광고 카피를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같은 세상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우리가 단어로 세계를 새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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