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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수치가 높은 50대 환자와 낮은 수치로 당뇨가 시작된 25세 환자. 누가 더 위험할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은 현재의 수치만큼이나, 관리해야 할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는 20~30대가 늘면서 ‘젊은 당뇨’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동안 젊은 당뇨의 가장 큰 위험으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정작 젊은 당뇨를 더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증상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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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가 지속되는 만성질환이다. 발병 시점이 빠를수록 평생 관리해야 할 기간도 길어진다. 이는 단순히 치료 기간이 늘어난다는 차원을 넘어, 혈당 이상이 신체에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위험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젊은 당뇨, 문제는 긴 ‘관리 기간’
젊은 당뇨는 그동안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 주로 강조됐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로감이나 갈증, 집중력 저하처럼 일상적인 증상으로 나타나 건강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기 쉽다.
하지만 젊은 당뇨의 위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리해야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같은 수준의 혈당 이상이라도 20~30대에 시작되면, 40~50대에 진단된 경우보다 수십 년 더 긴 기간 동안 혈당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 이 시간 동안 혈관과 신장, 신경계에 가해지는 부담 역시 장기간에 걸쳐 누적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간이 길다는 것은 관리의 난이도 역시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장기적인 혈당 조절이지만, 식단 조절과 운동, 약물 치료를 수십 년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관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단기간에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발병 나이가 낮아질수록 유병 기간이 길어지고,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합병증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당 조절이 장기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망막병증, 신장병증, 신경병증과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대혈관 질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젊은 시기에 시작된 당뇨가 중장년기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젊다는 이유로 미뤄지는 검사
젊은 당뇨일수록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젊다는 이유로 검사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발병 시점과 진단 시점 사이에 시간 격차가 생기기도 한다.
공복 혈당 검사와 함께 당화혈색소 검사는 최근 수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혈당 이상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가족력이나 체중 증가,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예방의 핵심은 ‘조기 시작’과 ‘지속성’
젊은 당뇨 관리에서 중요한 전략은 치료보다 조기 개입과 생활 습관 관리의 지속성이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단순당 섭취를 줄이며,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기본적인 관리만으로도 혈당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젊은 당뇨는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합병증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며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안심하기보다, 관리해야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당뇨의 위험은 지금 당장의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시간에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당뇨는 평생 짐이 될 수도, 통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될 수도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