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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랠리, 중국 투기꾼이 주도”
은 가격은 지난달 30일 하루 만에 26%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 가격도 같은 날 9% 하락하며 10여 년 만에 최악의 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배경에 중국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알렉산더 캠벨 전 원자재 책임자는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결과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을 끌어올린 세력이 시장을 무너뜨린 주범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최근 수 주 동안 금속 시장은 펀더멘털과 무관한 상승세를 보였다. 금부터 은, 구리, 주석까지 모든 금속이 수급 논리를 벗어나 치솟았다. 배후에는 중국 투기꾼들이 있었다.
개인 투자자부터 원자재에 처음 진출한 대형 주식펀드까지 중국 자금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가격이 오르자 추세를 따르는 원자재 거래 자문사(CTA)들도 가세하며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헤지펀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투자책임자는 “3~4주 전부터 이것이 펀더멘털 거래가 아닌 모멘텀 거래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트레이더들은 밤샘 거래로 아시아 장을 주시해야 했다. 가장 극적인 가격 변동이 아시아 거래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장거리 비행 중에도 거래를 멈추지 않는 트레이더들도 있었다.
시장은 ‘포물선형’, ‘광란’, ‘거래 불가능’으로 묘사됐다. MKS PAMP SA의 니키 쉴스 금속 전략 책임자는 “2026년 1월은 귀금속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큰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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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불신이 부른 금·은 열풍
중국 자금이 금속 시장으로 몰린 배경에는 달러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와 베네수엘라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지정학적 긴장이 금속 랠리를 정당화했다.
금값 랠리는 중앙은행들이 달러 대안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수년간 지속됐다. 서방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평가절하 거래’에 뛰어들며 지난해부터 가속화했다.
지난달 2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받는 달러가 “잘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귀금속 매수가 마지막 광란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까지 금은 온스당 5595달러, 은은 121달러, 구리는 톤당 1만4527.50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독일까지 쇼핑객들이 금·은 열풍에 휩싸였다”며 “현대 역사에서 이런 극적인 가격 변동을 본 것은 1979~1980년이 유일했다”고 지적했다.
선도적 지금 정제업체 헤라우스 프레셔스 메탈스의 도미닉 스페르첼 거래 책임자는 “특정 크기의 금괴는 몇 주 전에 매진됐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산다”며 “제품을 사려고 상점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은 시장은 특히 폭발적이었다. 연간 공급량이 980억달러(약 142조원)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라 변동성이 더 컸다. 7870억달러(약 1143조원)에 달하는 금 시장과 비교된다.
최대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실버 트러스트(SLV)는 지난달 30일 400억달러(약 58조원)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몇 달 전만 해도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이상 거래되는 것이 드물었던 것이 어느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증권 중 하나가 됐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옵션 거래도 열광적이었다. 레딧 커뮤니티에는 은 급등에 베팅해 1000% 이상 수익을 낸 사례가 공유됐다. SLV의 콜옵션 거래량은 나스닥100 지수를 추적하는 주요 ETF의 거래량을 넘어섰다.
미결제 콜옵션이 많으면 딜러들이 가격 상승 시 헤지를 위해 기초 자산을 사들이면서 추가 상승을 부르는 ‘스퀴즈’ 현상이 발생한다. 캠벨 전 책임자는 “스퀴즈로 올라갈 때 그들은 기계적으로 계속 더 사야 한다”며 “그래서 빠르게 오르고, 빠르게 내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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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지명설에 투기자금 탈출…설 전 中수요 회복될까
반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지난달 29일 늦게 미국 시장 개장과 함께 달러가 상승 전환하자 금이 10분 만에 온스당 200달러 이상 폭락했다.
가격이 잠시 안정되는 듯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전까지 아시아 아침 거래 시간에는 중국 투자자들의 매수로 가격이 안정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극적인 폭락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향후 시장 방향은 다시 중국에 달렸다. 투자자들은 2일 중국 시장 거래 재개 시 중국 수요가 회복될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거래소는 은 계약에 대해 16~19%의 일일 가격 변동 제한을 두고 있어 중국 시장 가격이 국제 시세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전통적인 매수 시즌인 설을 앞두고 조정이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지금 거래 허브인 수이베이에서는 주말 매도가 매수를 앞섰지만 패닉 매도 징후는 없다고 현지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수이베이 은 가격은 여전히 거래소 계약보다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위험 관리에 나섰다. 중국건설은행은 2일부터 금 적립 상품의 최소 예치금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상은행은 휴일 기간 루이 골드 세이빙스 서비스에 쿼터 제한을 시행한다.
선전 궈싱 프레셔스 메탈의 류순민 리스크 책임자는 “금은 상대적으로 강세”라며 “설 전 보석과 금괴를 구매하려는 저점 매수자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은은 관망세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헤라우스의 스페르첼 책임자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격렬한 장세”라며 “금은 안정성의 상징인데, 그런 움직임은 안정성의 상징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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