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아니라 ‘체류자 신분’으로 분류되는 현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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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이 아니라 ‘체류자 신분’으로 분류되는 현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베이비뉴스 2026-02-02 08:00:00 신고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중략) 이런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고시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독립된 세대를 구성한 것으로 간주하여 평균보험료를 적용하여 월 10만원 가량의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원고 본인이나 가족이 도저히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사실상 원고 본인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에서 축출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건강권을 보장하여야 할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대한민국의 법질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결과이므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202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인도적체류자인 이주배경청소년에게 별도로 지역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5. 11. 13. 선고 2024구합85038 판결). 소득과 재산이 없는 학생에게까지 매월 높은 보험료를 내게 하는 것은 사실상 건강보험에서 배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2025년 6월 국회도서관에서 연 제27차 아동복지포럼에서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초록우산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2025년 6월 국회도서관에서 연 제27차 아동복지포럼에서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초록우산

2019년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하면 모두 따로 사는 세대로 간주되어,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평균수준의 보험료를 최소한으로 내야 했다. 이로 인해 갓 성인이 된 학생이나 고령자처럼 실제로 독립적 생계유지가 어려운 대상에게까지 높은 보험료가 부과되었고, 이는 보험료 체납 및 병원 이용 포기로 이어져 의료 사각지대 발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외국인의 건강보험 이용을 제한하는 일부 규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보험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규정과 외국인을 별도의 세대로 구분해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방식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헌재 2023. 9. 26. 선고 2019헌마1165 결정). 그 결과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의 의료비는 민간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적 상황까지 구제 가능성을 차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재검토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판결 취지에 비추어 보면,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세대구성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어렵다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외에는 독립세대로 보더라도, 당사자가 이의신청 또는 행정쟁송을 통하여 연령, 건강상태, 직업, 재산, 소득 및 부양관계 등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한 경우에는 세대원으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사회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의 건강보험료가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한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이주민의 소득·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상근·일용직·단시간 노동 또는 소규모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공적인 자료를 통해 실제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장가입자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가입자의 실제 소득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소득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하거나 시설에 거주하는 미성년 외국인 아동을 개별 세대주로 보고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 아이들도 내국인 아동과 동일하게 보험료 납부의무에서 면제하고, 의료급여를 적용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에 대해서는 부모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출생 시부터 건강보험이 소급 적용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의료보장제도를 마련하고,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보편적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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