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6건, 법안 발의 남발하는 韓… 英·EU식 ‘사후 영향 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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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6건, 법안 발의 남발하는 韓… 英·EU식 ‘사후 영향 평가’ 필요

이데일리 2026-02-02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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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 26.2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발의되는 법안의 평균 숫자다.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2024년 5월30일부터 2026년 1월31일까지 612일 동안 총 1만605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영국 제59대 하원과 유럽연합 제10대 의회는 모두 하루 평균 0.4건 정도의 법안이 발의되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제119대 하원에서도 하루 평균 18.5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우리보다 적다.

이와 같은 한국의 입법 규모는 다양하고 변동성이 심한 우리 사회와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과 전통산업, 성장과 분배, 저출생과 고령화, 국토개발과 자연보전, 국방과 통일까지 주권국이 다루어야 할 거의 모든 의제가 법안으로 분출되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빠른 입법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많은 법안이 곧 좋은 법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안이 많아질수록 법률 간 중복과 충돌, 예기치 못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충분한 검증 없이 통과된 법률은 사회적 비용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입법 규모와 속도에 상응하는 초기 점검 장치를 갖추지 못한다면 입법의 적실성과 신뢰성은 낮아지고, 국가적 위험은 복합적으로 누적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제도적 해법이 사후입법영향평가다. 사후입법영향평가는 시행 중인 법률이 적절히 집행되고 있는지, 당초 목표를 달성 했는지,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없는지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사후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발의하고 보는 입법 관행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입법 문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외국은 사후입법영향평가에 적극적이다. 27개 회원국에 적용되는 법률을 만드는 유럽연합은 시행 중인 모든 법률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개정 예정인 법률에 대해서 ‘이행평가’라는 사후입법영향평가를 수행한다. 의회주의가 발달한 영국은 국왕의 재가를 받은 모든 법률에 대해 시행 후 3~5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사후입법영향평가를 해서 내각의 법 집행을 평가하고 후속 입법에 대한 근거를 확보한다. 공통적인 목적은 ‘더 나은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법률을 만들 때 사후입법영향평가를 거쳐 ‘증거에 기반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입법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다만 많은 법안이 빠른 속도로 발의되는 상황에서, 모든 법률에 대해 심층적인 사후 평가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한국 입법 환경에 수용가능한 사후 평가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대상과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한국형 사후입법영향평가’ 모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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