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귀환' 신라면 골드, 신동원 회장 수차례 퇴짜 끝 탄생한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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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귀환' 신라면 골드, 신동원 회장 수차례 퇴짜 끝 탄생한 역작

이데일리 2026-02-01 13:38:21 신고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농심 창립 초기 실패의 쓴맛을 봤던 닭 육수가 신라면 골드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40년 동안 얼큰한 소고기 국물만 고집하던 농심이 닭을 다시 불러들인 건, 역설적이게도 해외에서 불어온 치킨 열풍 덕분이었다. 농심은 이번 신제품을 통해 소고기 국물로 대표되던 신라면의 정체성을 닭 육수로 확장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내수 시장에 이식하는 실험에 나섰다.

닭고기 육수 베이스인 신라면 골드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1일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골드는 출시 한 달 만에 순조롭게 시장에 안착 중이다. 농심 측은 “초기 판매량이 내부 목표치를 상회하며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농심은 신라면 골드를 일회성 제품이 아닌 상시 주력 제품으로 육성하며, 신라면 유니버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배고픔을 해결하던 단일 제품에서, 이제는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미식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라면 골드는 약 2년 반 전 해외에서 출시된 신라면 스파이시 치킨을 모태로 해 출시했다. 하지만 농심은 이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지 않고,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가장 큰 차별점은 후첨 조미유다.

농심 관계자는 “수출 제품은 향신료의 향이 강한 편인데, 국내 제품은 이를 낮추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조미유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분말 스프가 맛의 베이스를 잡는다면, 대파, 양파, 고추 등 야채와 닭을 추출한 조미유는 조리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풍미를 폭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프개발팀 연구원은 “조리 중 기름을 미리 넣으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불을 끄고 마지막에 넣어야 의도한 맛이 구현된다”며 “이는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깊은 닭 육수 맛을 내기 위한 R&D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신라면 골드의 맛이 언제나 일정하다고 느끼지만, 그 이면에는 맛을 지키기 위한 농심 R&D센터의 치열한 보정 기술이 숨어 있다.

농심은 내부적으로 스프 배합비를 처방전이라 부른다. 문제는 스프의 주원료인 고추, 마늘, 밀가루 등 농산물이 기후나 작황에 따라 맛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온 해의 고추는 덜 맵고, 건조한 지역의 밀가루는 단단함이 다르다.

농심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어도 원료가 입고될 때마다 매운맛 지수 등을 분석해 처방전을 수시로 변경한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맛의 표준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합비를 미세 조정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품질 관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신라면 골드 역시 출시 이후 3개월간 집중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통해 미세한 맛의 편차를 잡아가고 있다.

신라면 골드 개발자들이 개발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장진아 간편식개발팀 책임, 김도형 면개발팀 책임, 위기현 스프개발팀 선임. (사진=신수정 기자)


신라면 골드는 신라면이라는 브랜드의 무게감만큼이나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단순히 실무진이 개발하고 경영진이 결재하는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경영진이 깊숙이 개입하는 동기화 과정을 거쳤다.

연구소 측은 “신동원 회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연구소장 등 10여 명의 경영진이 참석하는 시식 회의가 수차례 열렸다”고 전했다.

경영진은 최종 결과물만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중간 단계부터 참여해 맛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함께 고민했다. 실제로 개발팀은 “경영진 품평회에서 이 맛은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다시 한 달간 제품을 수정해 보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합을 맞춰 나갔다”고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매운맛으로 세계를 정복한 신라면이, 이제는 역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안방 식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신라면이라는 추억을 간직한 채, 동시에 요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맛을 즐기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니즈에 맞춰 제품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야만 브랜드가 미래에도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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