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60대 남성 환자분이 어둡고 피곤한 얼굴로 진료실을 찾았다. 검사상 염증 소견은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요의를 참지 못하는 절박뇨(급박뇨)와 밤새 서너 차례 잠을 깨는 야간뇨로 일상이 무너진 상태였다. 심지어 변기 앞에서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난뇨 증상까지 겹쳐 고통이 크다고 했다.
이처럼 세균 감염 없이 방광 기능이 저하되거나 예민해져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 바로 과민성방광이다. 건강한 방광은 약 250~300cc의 소변이 찼을 때 요의를 느끼고 배출한다. 그러나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방광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센서가 고장 난 것처럼 50~100cc의 적은 양에도 극심한 요의를 느낀다. 하루 8회 이상의 빈뇨와 수면 부족을 야기하는 야간뇨는 환자의 삶의 질을 처참하게 떨어뜨린다.
문제는 치료법이다. 과민성 방광은 염증이 원인이 아니기에 항생제는 무용지물이다. 흔히 쓰이는 항콜린제(근육이완제) 역시 방광 수축을 강제로 억제할 뿐, 근본적인 기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입 마름, 변비 같은 부작용이 따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민성방광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것도 원인이 정확하지 않고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과민성 방광은 배뇨 관련 장기의 기운이 차가워지고 약해진 상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억제가 아니라, 방광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자율신경을 정상화하여 본연의 탄력을 되찾는 것이다. 한방 치료인 축뇨탕은 통해 굳어진 방광 근육에 탄력을 부여하고 신장, 간장, 비장 등 배뇨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장기, 즉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춘다. 방광이 유연해지면 소변 저장 능력이 늘어나고, 잔뇨감 없이 시원하게 배출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한방 치료의 효과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된다. 치료 전후 방광 초음파를 비교하면, 좁아져 있던 방광 용적은 정상 수준으로 늘어나고 배뇨 후 잔뇨량은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환자 역시 4개월여 치료 끝에 야간뇨가 사라지고 숙면을 취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생활 관리도 필수다. 화장실을 자주 갈까 봐 물을 마시지 않으면 소변이 농축돼 방광을 더 자극하므로, 하루 1리터 내외의 수분 섭취를 권장한다. 또한 방광을 자극하는 카페인과 알코올을 피하고, 가급적 소변을 오랜 시간 길게 참지 않아야 하며 체중 감량으로 복압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과민성 방광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방광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치료를 통해, 누구나 두려움 없는 편안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