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환각의 '삥랑', 취두부…중국말 듣고야 "아, 한국 아니었지" 정신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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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환각의 '삥랑', 취두부…중국말 듣고야 "아, 한국 아니었지" 정신차린다

프레시안 2026-01-31 19:03: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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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더우푸(臭豆腐, 취두부)'는 나에게 상징적인 음식이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무렵 아내의 언니와 셋이 야시장에 갔다. 거기서 처음 처우더우푸를 먹었다. 냄새는 고약했다. 그때만 해도 어떻게 해서든 아내와 잘 보이려는 생각이 컸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코를 딱 감고(?) 먹었다. 지독한 냄새와는 다르게 맛은 평범했다. 고소한 두부 맛이었다. 왜 그냥 두부를 안 먹고 굳이 처우더우푸를 먹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처우더우푸는 이름 그대로 냄새가 지독한 두부다. 굳이 냄새를 묘사해 보자면 오래된 하수구 냄새에 가깝다. 나는 콩을 무척 좋아한다. 모든 콩 종류를 다 좋아하고, 두부나, 두유, 장(醬)류도 다 좋아한다. 세상에 콩을 먹는 수많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왜? 아내에게도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내 대답은 간단했다. 어릴 때부터 즐겨 먹어서 추억이 있다. 냄새가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치 냄새에 대한 편견이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인이 할 수도 있는 대답도 그 정도일 것 같다.

다른 나라에 살면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대만에서는 강한 후추향이나 돼지고기 냄새 등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들이 있다. 고기를 즐겨 먹는데 덥고 습하니 어쩔 수 없는 음식 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처우더우푸다. 대만에 야시장 입구에서 처우더우푸 냄새를 맡고 돌아섰다는 한국인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반대로 처음에는 기겁했는데, 몇 번 먹어보니 자꾸 생각이 나서 유명한 처우터우푸 집을 찾아다닌다는 후배도 있다. 입맛은 설명할 수 없다지만, 나에겐 아직 참 낯설고 어려운 음식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낯선 문화는 '따오찌아오(道教)' 즉 도교 문화다. 물론 굳이 분류하자면 종교겠지만, 크리스트교나 이슬람처럼 체계적인 계율이나 절대자가 있는 건 아니다. 모시는 신도 금기(禁忌)도 다양하다. 어쨌든 따오찌아오가 대만인들 삶 속에 가까이 있는 문화인 건 분명하다. 집이나 점포, 사무실 벽 한쪽에 작은 사당을 모시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유명한 대형 사원들도 많이 있지만, 골목 곳곳에는 크고 작은 도교 사원들을 볼 수 있다. 또, 길거리에는 불에 그을린 철통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소원을 빌고 난 후 노란색 종이로 만든 가짜 지폐 '진쯔(金紙)'를 태우는 통이다. 쓰레기통인 줄 알고 함부로 발로 차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큰일이다.

▲ 타이베이 시내에 가장 대표적인 도교 사원 '싱티엔궁(行天宮)'은 삼국지의 명장 관우(관성제군)를 주신으로 모신다. 하루에도 수만 명이 찾는 명소다. ⓒ필자

도교 사원은 영어로 '템플(temple)'이라고 번역되고, 한자로는 궁(宮)이나 사(寺)라고 이름을 붙인다. 우리나라에서 절 사(寺)자가 붙은 곳은 불교 사찰이지만, 대만에선 대부분 도교 사원이다. '싱티엔궁(行天宮)' 같은 대형 사원도 있지만, 주택가나 상가 한구석에는 구멍가게 같은 사원도 많다. 거기 계신 분들도 승려도 도사(道士)보다는 구멍가게 주인장 같은 행색이다. 그래도 누군가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빌고 있을 때는 그 앞을 가로지르지 않는 등 예의를 갖추는 편이다.

도교는 한국의 무속신앙이나 일본의 '신도(神道)'와 비슷해 보인다. 당연히 유일신은 없고, 사원에 따라 옥황상제, 관우, 토지신 등을 모신다. 대만에서 도교 사원에서는 특히 '마쭈(馬祖)'라는 여신을 모시는 곳이 많다. 마쭈신은 연안 지역에서 뱃사람과 어민들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는 바다의 여신으로 대만과 바다 건너 푸젠성에서도 많이 믿는다. 천생배필을 맺어준다는 월하노인(月下老人)을 모신 사원도 있다. 사당 입구에 큰 문과 향로가 있고, 내부 정면에 주신(主神)이 좌우로 다른 신들이 모셔져 있다. 한국의 불교 사찰과 흡사한 구조다. 결국 불교 사찰이라는 게 부처님을 모신 도교 사당인 셈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만에서 기독교 신자는 인구의 4~5% 정도로, 그 교세는 이슬람교와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불교도 20~30% 정도다. 인구의 절반 정도는 특별한 신앙이 없지만 도교의 전통을 문화로서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대만으로 선교를 오는 일도 많다. 일본이나 중국을 봐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유난히 기독교가 번성한 것은 참 독특한 일이다. 크리스천의 언어로는 '하느님의 은총'이겠지만 나에게는 '문화적 미스터리'다.

다음으로 소개할 생경한 대만 문화는 '삥랑(檳榔)'이다. 삥랑은 환각 성분이 있는 아열대 과일이다. 중독성이 강하고 구강암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도 치명적이지만, 중국 남부와 동남아 지역에서는 널리 사용된다. 대만에서도 인구의 10% 가까이가 삥랑을 사용한며, 주로 육체노동을 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거친 일을 하려면 삥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다. 중독성 기호식품이라는 점에서 담배와 비교되지만 모든 면에서 담배보다 훨씬 극악하다.

먼저 훨씬 더럽다. 보통 삥랑 열매를 반으로 가르고, 가게마다 다른 레시피에 따라 향신료 등을 추가한 후 잎에 싸서 판매한다. 그것을 입에 넣고 씹으면 쓰고 떫어서 끊임없이 침을 뱉어야 한다. 그 침이 붉은색이라서 삥랑을 뱉은 흔적은 꼭 핏자국처럼 보인다. 대도시 길거리에서도 아주 가끔 볼 수 있다. 더러울 뿐 아니라 담배보다도 훨씬 더 건강에 안 좋다. 삥랑은 구강암, 식도암 발생 확률을 확실히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빨에 검붉은 물이 들고, 뺨이 부풀거나 아래턱이 돌출되기도 한다.

또, 담배보다 훨씬 더 '마초'적이다. 담배의 경우 한때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여성 해방의 상징처럼 마케팅하면서 여성 흡연자가 늘었다. 하지만 삥랑은 말 그대로 남성 전용이다. 그것도 건설업이든 농업이든 거친 일을 하는 남성 전용이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 삥랑 가게는 저마다 밖에서 보이는 전면 유리를 설치하고 여성이 앉아 삥랑을 잎에 말고 있다. 예전에는 야릇한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남성 고객을 유혹하는 삥랑 가게가 많아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 대만 길가에 늘어선 삥랑 가게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지금은 이 정도 노골적인 마초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 나무위키

나는 담배를 무척 즐기는 편이다. 대만의 삥랑 문화를 보면서 강력한 '거울 치료'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저렇게 보이겠구나 싶어 깜짝깜짝 놀란다. 대만 사람들이 담배에 무척 관대한 이유가 삥랑이라는 괴물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또 하나 독특한 대만의 문화는 한국 관광객에게도 익숙한 야시장 문화다. 대만에 여행을 오면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가 야시장이다. 아내와 같이 타이베이에 있는 야시장들을 가보기도 했지만, 시골 마을 야시장을 가보고 좀 더 대만의 야시장 문화가 조금 더 이해됐다.

'차오툰(草屯)' 지역에 한 달 정도 머무를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면소재지 정도 규모의 작은 마을이었다. 상가라고는 편의점과 식당 몇 개 정도에 불과했고, 한여름 더위에 사람도 별로 없었다. 뭐라도 해보려면 버스를 타고 삼사십 분을 가야 했다. 그런데 야시장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여전히 끈적끈적 습기와 열기가 남아있지만, 밤에는 그래도 견딜만했다.

▲ 차오툰(草屯)' 지역의 동네 야시장 입구. 그곳에 한 달 동안 지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었다. ⓒ필자

입구에는 작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동네다 보니 규모는 작았지만 다양한 노점에서 음식과 간식, 음료를 팔고 있었다. 유원지에서나 볼 법한 총쏘기 게임, 고리 던지기 게임 등이 벌어졌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친구들과 어울리는 젊은이들이 어울렸다. 낮에 동네 상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민들이 잠깐이지만 북적거리는 풍경을 연출했다.

타이베이 시내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야시장 외에 꽤 많은 동네 야시장들이 있다. 대도시도 백화점, 쇼핑몰도 없던 시절에 야시장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타이완에는 우리 눈에 낯설게 보이는 문화들이 많다. 새벽에 문을 열어 점심 무렵 문을 닫는 아침밥 식당 '자오찬뎬(早餐店)'도 우리에겐 없는 문화다. 집집마다 대문에 붙인 '춘리엔(春聯)'도 그렇다. 빨간 종이로 붙인 춘리엔은 해마다 음력설인 '춘지에(春節)'에 붙여서 다음 해 춘지에까지 그대로 둔다. 비슷한 우리 풍습을 찾자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일년내내 써 붙여두는 것과 비슷하다. 종이 색이 빨갛고, 설에 쓴다는 것,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집에서 붙여둔다는 점이 다르다. 주로 새해 기원, 만사형통, 평온과 건강을 비는 내용인데,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춘리엔을 만들어 붙이기도 한다.

▲ 현관문 앞에 붙여둔 '춘리엔(春聯)' 이제 곧 설이 되면 바뀌 붙이게 된다. ⓒ필자

오늘 소개한 것들 외에도 대만에는 우리 눈에 신기해 보이는 문화들이 꽤 많다. 대만 사람들은 외모나 옷차림으로도 어느 정도 한국 사람과 구별이 가능하다. 그래도 어떤 날은, 길을 걷다가 행인들이 쓰는 중국말을 듣고서야 '아, 여기가 한국이 아니었지!'하고 정신을 차릴 정도로 우리와 멀지 않은 문화를 가진 나라가 타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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