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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슬픈 말(Crying Horse)로 알려진 인형이 중국 온라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동부의 한 상점에서 처음 등장한 붉은 색의 말 인형은 목에는 황금 방울을 걸고 있으며, 옆구리엔 재물이 빨리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형적으로 부와 행운을 기원하는 요소를 갖췄으나 표정은 울상이다. 제조 과정에서 입이 뒤집혀 꿰매지는 바람에 원래는 웃는 얼굴이었어야 할 표정이 눈물을 머금은 듯한 우울한 얼굴로 바뀌었다.
이 독특한 표정 덕분에 인형은 ‘우는 말’(哭哭馬·쿠쿠마)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묵묵히 버티는 직장인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공감이 더해지며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는 쿠쿠마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가 1억 9000만회를 넘었다. “우는 말은 회사 책상에 두고, 웃는 말은 집에 둔다”는 농담이 유행할 만큼 직장인의 감정을 대변하는 아이템이 된 것이다.
안후이성에 사는 39세 편집자 비비안 하오는 소셜미디어에서 이 인형을 처음 본 순간 “어쩐지 내 모습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표정이 직장인의 무력함과 체념을 너무 잘 보여준다”며, 우는 말 두 개와 웃는 말 두 개를 한꺼번에 구입했다고 전했다. 광둥성의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제시카 란도 사무실 책상 위에 우는 말 인형을 올려뒀다. 그는 “사실 나는 말이 아니라 당나귀에 가깝다”면서 “말보다 내가 더 피곤하다”는 씁쓸한 농담을 남겼다.
이 인형을 처음 판매한 저장성 이우(義烏)의 상인 장훠칭(46)은 최근 몇 달간 주문 폭주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생산라인을 12개 추가했음에도 하루 약 1만 5000개 안팎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우는 말’ 인형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중국 사회의 정서를 반영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중국은 수십 년간의 고도 성장으로 8억명 이상이 빈곤을 벗어나고 중산층이 형성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성장과 임금이 둔화되면서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는 크게 약해졌다.
한때 중국 IT 업계를 중심으로 미덕처럼 퍼졌던 이른바 ‘996’ 문화도 대표적인 반감의 대상이다. △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뜻하는 이 근무 관행은 빅테크 창업자들이 앞장서 옹호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온라인에서는 현대 중국인의 삶을 경기의 승패가 이미 결정된 뒤 의미 없이 남은 시간을 소모하는 ‘쓰레기 시간(garbage time)’에 비유하는 표현도 확산되고 있다.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하는 선수처럼, 이미 기울어진 사회 구조 속에서 몸과 마음만 축난다는 자조가 깔려 있다.
NYT는 “많은 젊은이에게 한때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노력하는 삶은 이제 고된 노동, 피로, 실망감과 연결된다”면서 “그들은 소비 생활에서도 부나 물질적 성공을 과시하는 대신 정서적 위로나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물건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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