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접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완전 망했네요”라며 경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명 대로 떨어지고 심지어 2024년 세계 최초로 0.75명을 찍고 난 후 저출산 문제는 새로운 공포가 되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육아포비아를 넘어서: 4자녀 엄마 기자가 해부한 초저출산 대한민국』은 네 자녀를 낳고 양육하며 17년간 사회부 기자로 일한 저자가 그간의 저출산 취재와 35명의 시민 취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출산과 육아의 위기를 ‘육아포비아’ 현상으로 규정하고 문제와 해법을 분석한 책이다.
책은 이제껏 저출산 담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시야를 제공한다. 바로 실제 출산과 육아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개인’의 입장이다. 저자는 17년간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일하며 네 아이를 낳고 키워온 커리어 우먼이다. 역설적으로 다둥이 엄마임에도 저자는 아이 낳아 키우기 힘든 우리나라 현실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시민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애초 가능한 일일까? 부랴부랴 현금성 지원과 출산 수당을 챙겨주며 ‘아이 낳으라’고 권하는 우리나라는 정작 출산과 육아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우리 사회 청년과 여성들 ‘개인’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을까?
경직된 근무 시간과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은 공짜 노동과 공짜 야근이 만연한 시대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도 전에 그야말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노동 시간, 근로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책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육아포비아를 만들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확산하는 두려움의 풍경을 각종 통계 자료와 국내외 사례 및 문화ㆍ미디어 분석을 통해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 당사자들의 “인식을 살피는 것이야말로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아이 키우기 ‘무서운’ 나라」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만연한 육아포비아 현상의 의미를 설명한다. 2부 「육아포비아의 기원」에서는 인터뷰의 답변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갖는 9가지 육아포비아의 원인을 분석하며, 3부 「이제는 무섭지 않은 육아를 위하여」에서는 저출산 문제 취재 경험과 인터뷰에서 발견한 육아포비아의 원인 검토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이 책은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청년들의 복잡한 가치관, 인식의 실타래를 풀어내 당면한 문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저자는 35명 시민 취재원의 답변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출산과 육아를 꺼리게 만드는 감정, 정서, 가치관을 포착하고 그 원인과 배경을 통계 조사, 연구 이론, 해외 사례, 미디어 등 폭넓은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
한편 저자는 우리 시대 육아포비아의 원인을 시간의 부족, 무한 경쟁, 한국식 육아의 특이성, 부모 삶에 대한 거부감, 잔존하는 여성 차별, 정상 가족 압박, 적령기 통념, 사회의 부정적 인식, 언론의 문제 등 총 9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우리 사회 청년들은 현실적 여건을 걱정했다. 초과 근무와 공짜 노동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케어하는 우리나라 양육 문화도 감당하기 힘든 현실로 꼽았다. 과거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 문화와 사회 인식도 포비아를 불러일으켰다. 책은 과거 세대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현재의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사회 여건과 문화가 얼마나 큰 부담과 어려움으로 다가오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저출산 정책들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근로 시간이다. 저자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재의 근로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로 시간이 유연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본다.
또한 육아휴직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의 문제도 지적한다. 육아휴직은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장기적으로 여성이 육아 주무자가 되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경력 단절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네 자녀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 정책의 현금성 지원과 다자녀 정책의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의 중심은 출산ㆍ육아 친화적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모두 “낳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다층적 시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검토ㆍ분석한 『육아포비아를 넘어서』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 개인들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시도일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가족주의, 결혼관, 세대관 등 출산을 둘러싼 개인의 인식ㆍ가치관ㆍ감정의 한 단면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은 지금껏 저출산 문제 대책의 모티브 정도에 머물렀던 개인의 삶과 입장을 사회환경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에 막연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 저출산 문제의 다면적 시야와 해법을 찾고 있는 이들 모두 이 책에서 공감할 만한 분석과 만족할 만한 관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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