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모호한 실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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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는 모호한 실천에 관하여

문화매거진 2026-01-30 20:02:16 신고

▲ '올해의 작가상 2025' 김영은 작가 작업 이미지
▲ '올해의 작가상 2025' 김영은 작가 작업 이미지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작가, 아티스트, 작업자, 예술인, 예술가, 예술노동자. 다양한 말들로 불리면서 딱히 그 단어들 사이의 틈을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그 명칭들은 때로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나를 유혹하다가도, 아침이면 안개처럼 증발해 버렸다. 그 불투명함 속에서 내가 온종일 쏟아붓는 시간은 ‘직업’이라는 견고한 테두리 안으로 매번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았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마음속에 언제든 던질 수 있는 사표 한 장씩 품고 산다는데, 나에게는 그 종이 한 장을 간직하는 것조차 크나큰 공포였다. 사표를 품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 돌아갈 곳이나 그만둘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뜻 아닐까. 나는 퇴로가 두려워 매일 아침마다 마음속의 사표를 갈가리 찢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의식은, 공유할 이가 부족한 비극은 코미디조차 되지 못한다.

이러한 직업적 고민 넘어, 본질적인 질문이 나를 붙잡는다. ‘작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작가를 단순히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이라 정의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오히려 작가가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역설이 내게는 더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특정한 예술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 작가인가- 생각해보면, 그 또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도무지 정의 내릴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의 질문자는 ‘다양한 예술적 실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평범해 보이는 그 말속에 마치 내가 모르는 경계가 숨겨진 것 같아 한참을 곱씹었다.

작가는 물보다 변화무쌍한 존재 같다. 온도에 따라 고체와 액체, 기체를 오가는 물처럼, 작가는 고정된 형상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태(變態)한다. 그 변화의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작가라는 존재에 다가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5’ 전시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작가는 ‘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작가로 태어난 듯 온전히 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온전한 작가로 서기 위해 나는 이제껏 배운 것들을 지워내는 게 시급해 보인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시간보다 그것을 비워내고 지우는 데 갑절의 시간이 흐른다. 내게 ‘지우는 시간’이란 단순히 과거를 삭제하는 망각은 아니다. 그것은 굳어버린 근육을 한없이 유연하게 이완시키거나, 오히려 이미 그어진 선들을 더 복잡하게 뒤엉켜버리게 만드는 상상에 가깝다. 지금까지 학습된 관습, 경험으로 체득해 버린 권력의 구조, 그리고 나가 경험 없이 내리는 정치적 판단들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타인들 틈에서 더 돋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 결과물을 내놓을 때 승패의 논리에 집착하는 마음은 이제 동기부여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욕심이고 고집일 뿐이다. 눈앞의 결괏값에 매몰되지 않고, 세상의 날것을 필터 없이 받아들이는 일. 

내가 받은 교육과 경험이 층층이 쌓아 올린 견고한 위계를 허물고 다시 시작하는 그 과정을 생각하면 금방이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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