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금치는 여름 시금치와는 전혀 다른 채소다. 섬초, 포항초처럼 찬 바람을 맞고 자란 시금치는 잎이 두껍고 단맛이 강하며, 영양 밀도도 높다. 문제는 이 귀한 제철 시금치를 오래 두고 먹기 어렵다는 점이다.
냉장고에 넣어도 금세 숨이 죽고, 잎 끝이 물러지기 쉽다. 하지만 손질법을 조금만 바꾸면 겨울 시금치를 1년 내내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핵심은 ‘바로 손질해서 냉동’하는 방법이다.
겨울 시금치는 수확 직후가 가장 맛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바로 냉동 보관하면 단맛과 영양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단, 생으로 바로 얼리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시금치는 조직이 연해 생냉동 시 해동 과정에서 물러지고 풋내가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특정한 과정을 거친 뒤 냉동해야 한다.
유튜브 'EZCOOK(이지쿡)'
가장 중요한 단계는 데치기다. 시금치를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 뒤, 뿌리 부분은 칼로 정리하되 너무 짧게 자르지 않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아주 소량 넣고 시금치를 넣어 30초에서 1분 이내로 빠르게 데친다. 이 과정은 시금치의 효소 작용을 멈춰 색과 식감을 유지하게 해준다. 오래 데치면 겨울 시금치 특유의 오독한 식감이 사라지므로 시간이 핵심이다.
데친 시금치는 곧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빼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잔열로 인해 시금치가 계속 익어버린다. 충분히 식힌 뒤에는 물기를 최대한 짜내는 것이 중요하다. 손으로 가볍게 쥐어짜되, 잎이 뭉개질 정도로 세게 누르지 않는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냉동 중 얼음 결정이 생겨 해동 후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
물기를 제거한 시금치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밀폐용기나 냉동용 지퍼백에 담는다. 이때 공기를 최대한 빼주는 것이 포인트다. 공기가 많을수록 냉동 냄새가 배고 산화가 빨라진다. 납작하게 눌러 담으면 냉동 속도도 빨라져 품질 유지에 유리하다. 이렇게 냉동한 겨울 시금치는 냉동실에서 10개월에서 1년까지도 무리 없이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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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진가는 해동할 때 드러난다. 냉동 시금치는 상온 해동이나 전자레인지 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조리 과정에서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국이나 찌개에 넣을 경우, 냉동 상태 그대로 넣어도 문제없다. 이미 데쳐진 상태이기 때문에 조리 중 자연스럽게 풀리며 식감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무침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한 뒤, 남은 수분을 다시 한 번 가볍게 짜준다. 이렇게 하면 생시금치로 무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겨울 시금치 특유의 단맛이 응축된 느낌이 살아나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맛이 난다. 참기름과 소금만으로도 충분한 이유다.
냉동 시금치는 볶음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팬에 바로 넣어 수분을 날리듯 볶으면 풋내 없이 담백한 맛을 낸다. 달걀이나 두부, 마늘과 함께 간단히 볶아도 제철 채소를 먹는 느낌이 살아 있다. 냉동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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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금치를 제철에 냉동해두는 방식은 단순한 저장 기술을 넘어 식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계절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든 영양가 높은 채소를 꺼내 먹을 수 있다. 특히 섬초나 포항초처럼 구하기 어려운 지역 시금치는 이 방법을 통해 그 가치를 오래 누릴 수 있다.
시금치는 신선할 때 가장 맛있지만, 제대로 손질하면 시간이 지나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겨울에 잠깐 스쳐 가는 제철을 붙잡아 냉동실에 저장해두는 것만으로도, 1년 내내 식탁은 훨씬 풍성해진다. 지금 겨울 시금치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손질해 냉동해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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